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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임채운] 스스로를 파괴하는 지혜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회사가 코닥(Kodak)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881년 창업한 코닥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필름 제조회사였다. 코닥은 1975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필름카메라 시장이 디지털카메라에 잠식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필름을 더 잘 만드는 일에 역량을 집중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에서야 디지털카메라를 본격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90년대 말 보급형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필름산업이 쇠퇴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 2012년 1월 코닥은 뉴욕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모바일메신저에 자리를 내준 문자메시지 서비스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 때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음성통화 서비스와 함께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수익모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카카오톡’을 필두로 한 모바일메신저의 출시로 그 자리를 내주게 됐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모바일메신저의 잠재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술을 개발하여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메신저 시장에 뛰어들면 문자메시지의 수익을 포기해야했기 때문에 모바일메신저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모바일메신저의 돌풍이 점점 거세지자 힘을 합쳐 모바일메신저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만약에 이들이 주력 수익모델을 스스로 파괴하고, 한 발 앞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력 수익모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을 주저한다. 미래의 변화를 예견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수익모델을 포기하지 못해 시장을 빼앗겨 버린 사례는 부지기수다.

최근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스스로 수익모델을 파괴하는 전략을 펼친 한 벤처기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app) 시장점유율 1위인 이 벤처기업은 배달앱에서 소비자가 ‘바로결제’를 이용할 때 음식점주가 지불하는 수수료를 폐지했다. 이 회사의 매출에서 ‘바로결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라고 하는데, 이는 당장의 매출감소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배달앱 시장 확대와 소상공인의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결정은 시장 환경의 변화와 주요 경쟁사 출현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장의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기 위해 주력 수익모델을 스스로 파괴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드러커는 “당신의 경쟁사로 하여금 당신 회사를 쓸모없게 하는 것 보다 당신 회사가 스스로 자신을 쓸모없게 만드는 것이 비용이 덜 들고 이익이 더 크다.”라는 말을 했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혁신의 지혜. 무한경쟁 사회에서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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