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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막장의 롯데 파문, 전근대적 황제경영 불식 계기돼야
롯데가(家)의 화해는 끝내 없었다. 신동빈 회장의 입국으로 경영권 불협화음이 번진지 한 달여만에 롯데가 3부자간 첫 대면이 있었지만 사태는 되레 악화되는 양상이다. 겨우 문안 인사만 건낸 뒤 5분만에 쫓겨나듯 자리를 뜬 것 자체가 조기 화해 불가의 표징이라 할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문서, 음성,영상 등으로 폭로 수위를 높이며 차남 신 회장의 밀어내기를 방어하는 진흙탕 싸움은 처절하다 못해 측은한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끼어든 주변 친족들의 행태 역시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하다. 이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어 예상되는 줄 소송으로 넘어가면 분쟁은 일층 가열될 것이다. 소셜네스워크서비스(SNS)을 통한 비난 확산과 함께 롯데 상품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더 이상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막장 드라마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인 셈이다.

롯데는 국내 5위 그룹의 위상과 이미지를 고려해 유치한 여론전을 중단하고 하루 빨리 수습책을 찾아야 한다. 이미 총수 일가의 일본어 내지 어눌한 한국어 인터뷰로 국민들 충격을 받은 상태다. 신 회장이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난다”고 했지만 ‘롯데가 한국기업인가’하는 강한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20만 롯데 임직원의 생계는 물론 그룹의 사업과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나서 경제살리기에 총력 매진하는 시점이다. 롯데측은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11조 5000억원대의 추경을 편성해 내수 진작 등 경제의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판에 이번 사태로 쪽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늘의 롯데를 키워 준 국민에 대한 도리를 생각해서라도 신속히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바라만 보고 있어선 안된다. 창업자라지만 신 총괄회장의 보유 주식은 0.05%에 지나지 않는다. 일가가 가진 걸 모두 합쳐도 2.4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신 총괄회장이 이사회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신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임직원 해임을 지시하는 전근대적인 황제 경영을 해왔다. 연매출 80조원대에 80여 계열사를 거느린 대그룹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그 어두운 일면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재벌지배 구조개선과 봉건적 족벌 경영에 대한 근본적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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