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 이정환] 수십년만에 드러나는 롯데家 부끄러운 ‘민낯’
롯데그룹의 수 십년간 베일에 가려진 치부들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형이 이기든 동생이 이기든 분쟁이 종결이 되더라고 앞으로의 위기는 이보다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베일에 싸인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 오너 마음대로 회사를 주무르는 독단적인 황제경영, 가족간에 자극적인 폭로까지….

롯데왕국을 둘러싼 형제간의 막장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상황으로 인해 롯데그룹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연매출 83조원, 임직원 23만명, 80여개의 계열사를 가진 한국 재계 5위. 외형적으로 풍기는 웅대함과는 달리 경영형태를 ‘구멍가게’라는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로 롯데그룹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는 유통ㆍ식품ㆍ건설ㆍ석유화학에서 금융까지 한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대 집단이다.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이 서울이 아닌 도쿄에서 그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씁쓸하다. 이번 롯데사태의 중심에는 일본의 ‘광윤사(光潤社)’가 있다. 광윤자는 포장원료를 만드는 회사로 직원수는 3명뿐이다. 이 작은 회사가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이 3명뿐인 이 작은 회사가 거대 롯데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잇다.

광윤사 지분을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차남 신동빈 등 롯데 일가가 얼마나 지분을 가졌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비밀에 부쳐져 있다.

두 형제는 지분이 서로 더 많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인 숫자조차 확인되지 않는 것이 롯데그룹의 현실이다. 그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뜻이다. 광윤사와 더불어 일본의 L투자회사도 있다.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지배구조 자체가 ‘깜깜이’다.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산관리회사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명확하진 않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L투자회사와 광윤사가 롯데그룹의 생명줄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롯데의 민낯은 황제 경영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신 총괄회장이 주요 임직원을 불러모아 손가락으로 해임을 시킨 것이다. 일반적으로 등기임원이사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롯데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구두지시가 법적 절차와는 관계없이 그동안 롯데그룹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관행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집안 싸움에 달가워 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그 방식은 밀실에서의 거래가 아닌 적법하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기존의 경영방식에도 근본적인 수술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함과 동시에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 방식도 법이 정한 기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롯데의 이미지에 맞게 투명하고 합리적인 회사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atto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