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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24] 간언을 따르는 것은 성군이 될 수 있어서이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은 3%의 소금 성분 때문이라 한다. 천하와 나라와 집이 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천하와 나라와 집을 책임진 사람에게 간언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가 5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대간(臺諫) 제도를 든다. 대간은 관리를 감찰하던 사헌부(司憲府)의 관원인 대관(臺官)과 국왕의 잘못을 간쟁하던 사간원(司諫院)의 간관(諫官)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왕권과 재상권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도록 한 대간 제도가 조선 사회의 소금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승정원일기》 숙종17년 1월 20일 기사에 실린 교서를 보면 임금이 간언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행여 간쟁하는 신하가 없을까 근심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1793년(정조 17) 5 월 12일, 정덕필을 사간원 행(行) 정언(正言, 간쟁을 담당한 관직)에 임명한다는 교지
“나무가 먹줄을 따라 자르면 반듯해지듯이 임금이 간언을 따르면 성군(聖君)이 된다. 나무의 성질이 어찌 나면서부터 바르겠는가마는 먹줄을 따르면 틀림없이 바르게 된다. 임금의 덕이 어찌 나면서부터 성스럽겠는가마는 간언을 따르면 틀림없이 성스러워진다. 간언을 따르는 것은 성군이 될 수 있어서이지, 신하를 이롭게 하고자 해서가 아니다.”

극간(極諫)한 예로 《한서(漢書)》<주운전(朱雲傳)>에 실린 이야기를 많이 든다. 한(漢)나라 주운(朱雲)은 성제(成帝)에게 극간을 하다가 끌려 나가게 되자, 궁궐 난간을 끌어안고 버텼다. 그 바람에 난간이 부러졌다. 그 뒤 신하들이 부러진 난간을 다시 세우려고 하였으나 성제는 그냥 두라고 한다. 직간하는 신하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사람에게 잘못을 힐난할 수 있었던 대간들. 이들이 목숨 걸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은 오직 한 가지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자가 없어서 성군이 될 수 있는 임금을 망치는 것이었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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