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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소설 실종사건'...선호작가도 하루키, 게이고 등 일본작가가 1,2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에서 실종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베스트셀러에 한국소설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베스트셀러에 얼굴을 내민 소설이 한권도 없는 상태다. 지난해 스크린셀러로 주목받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처럼 미디어셀러마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소설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한국소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의 경우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인기를 겨우 이어갔고, 하반기에는 김진명의 ‘싸드’가 명맥을 이은 정도였다. 이에 반해 외국소설은 꾸준히 사랑받아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올해에 다시 등장하는가하면 신간도 속속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가령 ‘꾸뻬씨의 행복여행’,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중그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은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로 장수를 누렸으며, ‘허즈번드 시크릿’, ‘오베라는 남자’, ‘파수꾼’, ‘앵무새 죽이기’ 등의 신간들도 현재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한국소설의 가뭄은 소설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예스24에 따르면, 상반기 소설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4.4%감소했으며, 판매 권수는 38.5%나 크게 줄었다.

김훈, 황석영, 김애란, 김영하, 김연수 등 최소한 수만권에서 수십만권의 판매를 자랑하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작가들의 창작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한국소설이 대중의 감수성과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더 지배적이다. 특히 다양성 부족과 소재의 한계, 재미의 부족 등이 독자들을 돌아서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예스24가 지난 7월 페이스북 독자 309명을 대상으로 ‘소설의 취향’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응답자들이 최근 6개월간 구입한 소설은 외국소설(52.1%)이 한국소설(47.9%)보다 많았다. 응답자들은 한국소설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 ‘관심없다’(28.6%), ‘재미없다’(16.2%), ‘외국소설 선호’(11.0%)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다른 장르 선호(9.7%), 선호작가 부재(9.7%),‘무거운 내용’(4.5%) 등도 이유로 제시했다.

앞으로 6개월 내에 소설책을 구입한다면 어떤 작품을 구입할 지에 대해서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29.7%),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22.0%), ‘장르 문학’(17.8%) 등을 꼽았다.

응답자들이 좋아하는 작가로는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김연수, 알랭 드 보통, 김영하, 김진명, 박범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조정래 순으로 나타났다. 독자들의 취향이 장르문학과 재미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경향이 뚜렸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바춰볼 때 한국소설이 마니아 층을 형성할 만큼 중독적인 재미를 주는 작가, 믿고 보는 작가 층이 얇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장편소설의 경우 최소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볼 때 인기 작가층의 빈곤은 소설의 가뭄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순수문학이 쇠퇴하면서 이야기성이 강한 서브컬쳐가 주류문화로 올라서고 있다”며 “우리 소설은 ‘문장의 힘’도 보여줘야 하고,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담아야겠지만, 그 이전에 이야기의 힘부터 제대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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