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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재수] ‘장수 사진’과 효(孝)
노인들이 건강할 때 미리 영정사진을 찍어두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다. 윤년에 수의를 사두면 무병장수한다고 한다는 속설과 비슷하다. 그래서 딱딱하고 어두운 ‘영정사진’ 대신 무병장수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장수사진’이라고 표현한다. 노부모와 떨어져 도시에 나와 있는 자녀들은 물론이고 부모님과 함께 살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장수사진’을 찍어두기가 쉽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니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직원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자발적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것이 큰 호응을 얻어 공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평소 사진을 찍어놔야지 생각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덕분에 장수사진을 마련하게 돼 너무 좋다”며 고마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든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남사회복지협의회, 광주지방보훈청 등과 연계해 인근 지역 어르신들의 사진 촬영 신청을 받았다. 지역 학생들의 협조로 간단한 헤어와 메이크업도 서비스하고, 직원들이 마련한 식사도 제공했다. 호응이 매우 뜨거웠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요청이 많았다.

6월부터는 강원, 충북을 비롯해 대구, 창원, 부산 등 전국을 순회하며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8월에는 광복 70년을 맞아 국가유공자들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도 지역 어르신들의 신청이 많았으나, 본사가 나주로 이전한 뒤에는 특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신청이 늘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농촌은 고령화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농가경영주 평균연령이 66.5세다. 농가인구 고령화율은 39%로 국내 전체 고령화율 12%의 3배가 넘는다. ‘농촌 노인정에서는 70대가 커피 심부름하는 막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물론 과거와는 건강상태도 다르고 노인들도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70대 이상의 건강한 노년층이 장수사진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복지(福祉)’의 어원을 풀이하면 ‘복 복(福)’ 자에 ‘복 지(祉)’ 자를 쓴다. 사전적 의미로는 ‘행복한 삶’이다. 복지를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접근하면 어렵고 복잡한 문제 같지만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 가까운 데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농촌 복지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하다.

의료, 연금 등 정책적인 부분도 중요하나 생활에 밀착된 작은 서비스도 챙겨야 한다. 장수사진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사소해 보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장수사진 촬영의 기본은 어르신에 대한 공경과 효심이다. ‘부모님, 조부모님,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장수사진을 찍게 될 것’이라며 정성껏 사진촬영을 돕는 직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즉석에서 인화된 장수사진을 액자에 담아가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오늘같이 행복한 기분을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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