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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우리은행
금융권의 고객 확보전이 함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그룹들의 경쟁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이루어졌다. 금융지주 체제가 정립된지 오래됐지만 계열사들이 합동작전을 펼치기에는 게임의 룰이 너무 엄격했다. 그러나 당국이 금융지주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칸막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순양함(은행)을 필두로 구축함(보험), 고속함(증권)에 잠수함(카드), 초계함(저축은행)까지 참여하는 총력전이 가능해졌다. 작년 10월부터 은행 점포에서 증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은행이 요구하는 대출 자격이 안될 경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의 대출을 알선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 점포에서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객 이탈과 수익 악화의 위기에 직면한 은행으로서는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치열한 금융 전쟁 속에서 증권, 보험, 자산운용등 핵심전력을 모두 팔아 함대(금융지주)를 해체하고 대장선만 홀로 남아 고군분투하는 은행이 있다.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옛 상업·한일 은행 등이 뭉쳐 2001년 금융지주로 출범했다. 그 과정에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반쪽짜리 국영은행이 된 후 작년까지 4번에 걸쳐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공적자금의 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까다로운 매각 조건을 내걸다 보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에는 매물의 덩치가 너무 크다며 증권, 보험,자산운용사등의 계열사를 먼저 팔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은행 입찰에는 한 곳만 참여해 유효경쟁 미달로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근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섯번째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48.07%중 30~40%를 4~10%씩 쪼개서 팔겠다는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여러명으로 구성된 주인이라도 찾아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맞는 방향이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외에도 매력을 느낄만한 모든 방안을 찾아야한다. 우리은행은 끓는 물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boiling frog)처럼 생존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시장 환경에, 15년째 이어진 정부 통제로 비효율까지 커지면서 우리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크게 떨어져 있다. 9000원대인 우리은행의 주가가 공적자금 회수 목표인 1만3000원대까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조기 민영화가 현 시점에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도 충족시키는 최선인 셈이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매각 일정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점이다. 혹시라도 ‘헐값 매각’ 논란을 염려해 시장 상황만 쳐다보다 올해를 넘길 경우 선거가 있는 내년 이후에는 매각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번이 온전하게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마지막 기회이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초 약속한 우리은행의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해 고사 위기로 몰면, 금융정책에 관한 한 ‘낙제점’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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