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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재섭] 재벌이 존경받는 기업인 되려면
롯데그룹의 2세 경영인들이 후계를 둘러싸고 왕자의 난을 재현했다. 내로라하는 한국의 재벌그룹들이 재산상속과 후계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여온 탓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하루만에 수습된 이번 싸움에 구순의 창업자이자 부친까지 동원됐다하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재벌이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려면 사업성공 외에도 모범을 보여야 할 게 많다. 가족간 경영권을 놓고 아웅다웅 다투면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 는 핀잔을 면키 어렵다. 수백 년간 가족경영 체제를 이어가면서도 존경받고 있는 유럽의 가족 기업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일가가 대표적이다. 발렌베리그룹은 창업주인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엔실다 은행(현 SEB)을 1856년 세운 뒤 무려 150년 이상 경영권 다툼없이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전투기 생산업체 사브가 이 그룹 계열사다. 손자회사까지 합치면 이 그룹의 계열사는 100곳이 넘는다.

발렌베리는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다. 여기다 자국민에게 존경도 받기에 ‘국민기업’으로 불린다. 비결은 ‘착한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 그룹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인베스터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이곳에 가족들의 지분을 맡겼다. 각 계열사가 거둬들이는 이익은 인베스터로 모여 발렌베리 후계자들이 세운 공익재단에 귀속되고, 대부분 사회로 환원된다. 후계자들의 재산은 수백억 원대로, 수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 재벌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발렌베리가의 후계자 마르쿠스 발렌베리는 투명한 경영 윤리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과 사회공헌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고, 이 그룹의 일가는 후계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많은 부자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반드시 부자를 존경하진 않는다. 선행이든 뭐든, 뭔가 모범이 되는 부자들을 존경한다. 한국의 재벌들이 모두 존경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상속과 후계를 둘러싼 소모적인 이전투구가 더는 재현돼선 안 된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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