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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대포 쏘고‘한우삼합’…장흥의 여름, 날 보러와요
“장흥 와요. 삼합 맛이 기가 막혀요.”

장흥의 삼합은 흔히들 아는 ‘홍어삼합’이 아니고, ‘한우삼합’이다.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 이렇게 삼합(三合). 오호라. 이 조합 말만 들어도 뱃 속에서 꼬르륵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떠났다. 자가용으로는 서울에서 5시간쯤 가야 하는 전남 장흥. 그러나 호남선 KTX를 탔다. 나주까지 2시간, 내려서 다시 자동차로 40분 남짓. 호남선 KTX가 개통되고 난 후부터는 남도가 가까워졌다. 

▶토요일엔 장흥으로…장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오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장흥읍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대에서 ‘장흥물축제’가 열린다. 2008년 처음 시작한 장흥물축제는 국내 여름 물축제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물대포, 물폭탄을 동원한 수중전이 펼쳐지고, 장어, 메기, 잉어, 붕어 등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행사도 열린다.

축제기간 장흥댐 수문을 열고 물을 내려 보내는데, 16℃ 정도 되는 댐의 맨 아래쪽 차가운 물이 탐진강 일대를 거쳐 강진까지 흘러 들어간다. 이 물이 강에 닿을 때쯤엔 23~24℃가 되는데, 이 때문에 축제 때 쓰는 물이 시원하게 느껴진단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전희석씨의 설명이다.

물축제가 열리는 장흥읍 탐진강 인근 최대 명소는 정남진 토요시장이다. 2일장, 7일장이 있지만 토요일에 열리는 장이 더 유명하다. 특히 물축제가 열리는 기간 토요시장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장흥은 사람 수보다 소 숫자가 더 많기로도 유명하다. 인구수 4만3000명에 소가 5만두 이상. 토요시장에도 한우 정육ㆍ식육점이 많다. 스무 곳이 넘는다. 고기를 사서 식당으로 가져가면 1인당 테이블 세팅비 3000원을 내고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유명한 것이 한우삼합이다. 불판에 육수를 자작하게 넣고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살짝 데치고 구워서 먹는 요리다. 모두 장흥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이용한다. 각각의 식재료가 그 자체로도 깊은 맛을 내는데, 삼합으로 먹으면 입안 가득 풍미가 더욱 깊고 풍부하게 느껴진다.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멤버들 사진이 집집마다 붙어있다. 강호동, 이승기 시절의 1박 2일 팀이 왔다간 집이라는 내용이다. 방송팀이 이 집들을 전부 다녀갔냐는 우문에 군청 해설사가 현답을 한다. “다 같이 먹고 살자는 거죠 뭐.”

토요시장에선 보는 재미도 크지만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채가게 아주머니들은 어느 집 며느리 흉을 보고, 키조개 다듬는 아주머니는 게 손질하는 옆집 아주머니와 아까 다녀간 손님 흉을 본다. “비싸다고 안 산다잖애.”

호객하는 말투, 흥정하는 말투에도 웃음이 난다.

“열무 좀 사가쇼. 참말로 보드랍잖소. 모기장 씌워서 키웠당게. 이거 봐 구멍 숭숭 뚫린 거.”

“자두 하나 잡솨. 그 허연 거? 농약이 왠말이여. 분(粉)이랑게. 분.”

▶도싯 것들은 모르는, 장흥 바닷가 ‘삼시세끼’=득량만을 끼고 있는 남도 일대의 지역들이 그러하듯, 장흥도 식재료가 풍부하다.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으로 둘러싸인 득량만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싸울 때 식량을 얻어 온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식재료가 좋다. 덕분에 맛집도 많다. 1박 2일 삼시세끼 눈ㆍ코ㆍ입이 즐겁다.

한우삼합 뿐만 아니라 낙지삼합 등 장흥의 각종 고급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고버섯은 장흥이 자랑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장흥에 들어서는 유치면 일대에서부터 표고버섯 농장이 보인다. 주로 봄ㆍ가을에 나는데, 지금은 참나무에 종균을 넣어 한창 번식시키는 중이다. 젖은 참나무와 종균이 하우스 전체를 시큼한 냄새로 가득 채운다.

염산을 치지 않은 무산김도 유명하다. 보통 양식장에서 김에 이물질이 붙지 못하게 염산을 치는 데 장흥에서 나는 김은 염산을 치지 않는다고. 인건비를 들여서라도 양식장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준다.

바다에 산을 치지 않은 덕분에 갯벌도 좋아졌다. 낙지는 물론 바지락, 키조개도 많이 난다. 갯벌이 무르고 살아 있어 맛이 더 좋단다.

수문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바다하우스(862-1021-2500)’는 바지락을 회로 무쳐 낸다. 이 외에도 키조개 회ㆍ무침ㆍ탕ㆍ구이 등을 사계절 메뉴로 내놓는다. 특히 이 집은 회무침에 들어가는 초장이 유명하다. 직접 담근 막걸리 식초로 만든 초장 맛이 일품이다. 고추장도 1년에 한번 직접 담근다. 할머니 때부터 3대째 50년간 내려온 전통이라고. 이 집에도 1박 2일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4년전 쯤 진짜 1박팀이 다녀갔다. 방송 이후로 장흥의 스타 맛집이 됐다.

지금은 갯장어가 제철이다. 안양면에 있는 ‘여다지회마을(061-862-1041)’에선 갯장어를 샤브샤브로 즐길 수 있다. 장어뼈 끓인 물에 대추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낙지, 전복을 추가하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글·사진(장흥)=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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