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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길이 안보인다” 권오갑 현대重 사장의 위기론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아직도 길이 안보인다.”
권오갑(64) 현대중공업 사장의 안색은 요즘 부쩍 어둡다. 지난해 9월 부임 당시보다 얼굴은 수척해졌고, 특유의 아이같은 미소를 짓는 일도 드물어졌다.
권사장은 최근 경영진들에게 “부실은 털고 또 털어도 계속 나오고 아직도 길이 안보인다. 터널은 길고, 갈 길은 여전히 멀다”면서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이 선별 수주하면서 6분기째 이어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점에서다.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에서 보낸 지난 10개월은 고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회사경영난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바통을 물려받았다. 권사장이 친정인 현대중공업으로 4년만에 돌아왔을 당시 회사는 난파되기 직전이었다. 지난해 3조원 적자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후 세계1위 조선업체란 명성이 무색하게 패배감에 젖어있었다.

허물어진 회사를 살리기위해 권사장이 택한 것은 구조조정이었다. 칼날은 매서웠다. 권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회사 정상화되기 전까지 월급을 단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조선계열3사 임원 262명의 사직서를 받고 31%(81명)을 퇴임시켰다. 경영진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올초에는 과장급 이상 1500명도 감원했다. 수익을 내지 못한 사업본부와 중복되는 해외법인은 통폐합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권 사장의 판단이었다. 



이는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권사장은 측근들에게 “구조조정 이후 단 하룻밤도 발을 뻗고 편히 자지못했다”고 토로하곤 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원들 전원에게 사직서를 받는 일은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긴 터널을 이제막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플랜트 부문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실적이 곤두박질친 이후 권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불확실성과 부실요인을 하나하나 제거해온 결과다.

권사장은 지난 6월1일 인적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담화문에서 “회사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은 마무리 단계”라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할때”라고 밝혔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올해 흑자전환이란 목표를 위해 전 직원이 매진해야한다고 독려한 것이다.

권사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올해 최대 목표는 흑자전환이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부진의 골은 깊었다. 권사장이 경영진들에게 부실을 털어도 끝이 안보인다면서 위기의식을 재무장하기를 요구한 것도 이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2분기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시장은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1분기(1924억원 적자) 실적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은 올 4분기까지는 흑자전환을 반드시 이룬다는 방침이다.

권사장은 최근에는 손실이 뒤따르는 해양플랜트사업을 집중관리하고 있다. 플랜트의 설계변경과 공사 지연이 끊이지 않았고, 이때문에 흑자가 예상됐던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도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수조원대 손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상선발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는 ‘조선 빅3’에 결코 포기할수 없는 큰 시장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이달초 해양플랜트본부내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하는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플랜트 사업의 효율성과 손실율을 제고해 흑자전환을 이루는 토대로 삼겠다는 권사장의 의지다.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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