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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청자의 미세한 금까지 다 보인다
리움 ‘세밀가귀:한국미술의 품격’展 9월 13일까지...
“동자. 잘록한 목 부분의 중앙에 동자가 작은 연꽃봉오리를 끌어안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이 사실적인 조각 기법을 상형(象形)이라고 하는데, 고려 중기에는 상형 청자가 유행했다….”

고려 13세기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국보 133호)’가 전시된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작품 앞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이리저리 만지니 청자에 새겨진 작은 조각들이 크게 확대돼 보인다. 360도 회전도 된다. 청자에 간 미세한 금까지 다 보인다. 

리움이 이달 초 선보인 ‘세밀가귀(細密可貴) : 한국미술의 품격’전은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 미술의 화려함과 정교함을 보여주는 전시다. 금속공예, 나전, 회화, 불교미술 등 전 분야의 국보 21점과 보물 26점 등 총 140여점으로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경주, 부여, 춘천 등 국내 각지의 박물관 소장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계종 흥천사 소장품(금동 천수관음보살 좌상)도 가져다 놨다.

전시 주제인 ‘세밀가귀’란 ‘선화봉사고려도경(1123년)’에서 따 왔다. 미술관 측은 고려 인종 때 중국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이 고려 나전을 일컬어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라고 한 것을 전시 제목으로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세밀하고 뛰어나고 귀한 고미술 작품들을 내놨다.

작품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는 어두운 전시장은 여느 고미술 전시와 같이 근엄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만큼은 남다르다. 리움이 전시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솔루션 ‘DID(Digital Interactive Display)’ 때문이다. 리움은 2013년부터 작품을 확대하거나 360도로 회전해서 작품을 여러 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DID를 개발해 전시장에서 쓰고 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 SUHD TV와 갤럭시 노트를 활용해 기능을 좀더 업그레이드했다. 작품을 3D 스캐닝 한 뒤 그 위에 8000만 화소의 촬영 이미지를 맵핑(Mapping)해 상하좌우는 물론 아랫면도 볼 수 있게 했다.

전시 작품 14점에 이 DID를 적용했다.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와 통일신라 8~10세기 경 만들어진 ‘금동 수정감장 촛대(국보 174호)’ 등이다. 이 촛대는 각 부위들을 해체한 이미지도 볼 수 있다.

고려 13세기 작품인 ‘청동 은입사 운룡문 향완(국보 214호)’나 고려 14세기 ‘금동불감’ 같은 작품들의 문양도 세밀한 관찰이 가능하다. 특히 불감 안에는 높이 5㎝도 채 안 되는 아미타불좌상이 있는데 불상 가슴에 새겨진 ‘만(卍)’자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전시장은 크게 文(문양), 形(형태), 描(묘사)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으로 보여주는 섹션에는 고려 청자를 비롯해 가야 금관, 신라 금제 귀걸이 등이 나와 있다. 화려한 나전 기술을 보여주는 경전함, 원형합 등도 있다. 전시된 5개 나전 작품의 소장처가 영국박물관, 보스톤박물관,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기타무라미술관으로 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

형태가 돋보이는 작품 섹션에는 백제 금동 대향로, 청자투각 칠보문 향로 등을 가져다 놨다. 한쪽 다리를 세우고 팔을 걸친 채 다소 불량한(?) 포즈로 앉아 있는 금동 관음보살 좌상,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입을 오므린 채 우아한 손짓을 하고 있는 금동보살 입상 등도 그 형태가 재밌다.

붓으로 묘사한 작품 섹션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조선 1734년ㆍ국보 217호)가 걸려 있다. 익숙한 작품이지만 금강산 암봉 사이에 자리잡은 절까지 DID로 확대해 보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이번 전시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IT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집중해서 고미술 작품을 감상한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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