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READERS CAFE]日 전범 출신 작가가 밝힌 가족의 민낯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일본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유명 아나운서 출신 작가 시모주 아키코(79)의 가족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가족 간에 벌어지는 폭력, 다툼, 갈등은 우리의 이야기로 읽어도 이상하지 않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양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황들이 민낯을 드러낸다. 가족신화를 벗겨내는데는 그 자신의 이야기만한 게 없어보인다. 작가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자신의 가족은 깨졌다고 말한다. 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패전에도 불구하고 재무부 요직에 앉았다가 전범책임론으로 추방된 후 분노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폭력가장이 된다. 군인의 딸이란 이유로 재일조선인 학생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던 그녀가 목격한 가족의 파국은 아버지와 중학생 오빠의 싸움. 서로 죽이려고 덤벼들던 둘을 말리려 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찌검에 고막이 터지고 오빠는 도쿄로 떠나고 만다. 그녀가 더욱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전범으로서 반성할 줄 모르고 예전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그녀 역시 집을 떠나고 가정은 무너져 내린다. 그녀의 화살은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보필하는 어머니에게로 향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병/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살림

긴 세월 그녀에게 가족은 무엇이었을까. 팔순을 앞둔 그녀는 가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자리에서 되묻는다. 그녀는 가족의 단란함은 가면일 뿐이라며, 정작 가족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와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겹치면서 가족 간에 상처를 주고 상처받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가족이라는 병’으로 이름 짓는다. 그녀가 보는 가족의 현실은 “대부분 가족은 늘 살얼음판을 디디면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을 구할 방도는 없는 것일까. 그녀의 제안은 가족에 매이지 않기다. “함께 살아가는 타인”으로 인식하기다. 서로가 독립적인 삶이다. 가족중심주의의 폐해와 일본사회 비판의 강도가 높아 일본 내 반향이 이해가 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