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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기업의 新생존 열쇠 ‘주주(株主)’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로 촉발된 ‘엘리엇 사태’가 52일간의 대장정을 끝에 삼성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는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20%에 가까운 소액주주의 표심(標心)을 끌어모은 삼성이 이번 ‘전투’의 승리를 거머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과 엘리엇의 공방전 가운데 드러난 국내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경영실태, 제도적 허점 등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이번 사태의 결정적 고비마다 등장해 사안을 좌지우지했던 주주(株主)가 있다.
지난 17일 개최된 삼성전자 임시주총.

▶주주이익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20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 사태 이후 국내 대기업과 경제전문가 사이에서 주주친화경영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1000주 내외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지지가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공격을 물리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제일모직은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투자설명회(IR)열고 “통합 삼성물산은 30% 수준의 배당 성향을 지향하며, 점진적으로 배당을 상향할 것”이라고 밝혀 많은 소액주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획재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국내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21.1%로 미국(34.6%), 일본(30.1%), 프랑스(55.1%) 등 주요국은 물론, 전 세계 평균(40.2%)보다도 낮았다.

이처럼 낮은 배당성향은 유독 국내기업의 주식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돼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통합 삼성물산의 적극적인 배당확대 실험이 대다수 국내 대기업의 향후 배당성향뿐 아니라, 소액투자자들의 투자성향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성장ㆍ저금리 기조 속에서 기업의 배당이 확대되면 시세차익 목적의 단기투자보다는 기업의 미래를 보는 장기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수장 격인 황영기 금투협회장 역시 지난 16일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 대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대부분 평균 1.0배 이하”라며 “배당확대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라=통합 삼성물산의 주주소통 실험 역시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된 대목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인데,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 역시 비슷한 주주친화정책의 도입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의 거버넌스 위원회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인수ㆍ합병 등 주주 권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직접 심의하는 한편, 위원 중 1인을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창구역할을 담당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여러 구성원에 의한 분권 통치’를 뜻하는 거버넌스의 활성화는 통상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두루 반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이 투명해지면 소액주주의 수익률은 자연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독단적 오너 경영의 위험성이 사라지면 오히려 건강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주주정신 역시 뒷받침돼야=다만 중요한 것은 주주 각자가 ‘건강한 투자정신’을 갖추지 않는다면, 앞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우리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 대다수의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합병비율 등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합병 후 미래가치와 국익 등을 고려해 합병에 찬성한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당장 출렁이는 주가 속에서 단기차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국내 대표기업의 지배구조 단순화와 햡병을 통한 시너지 모색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4%가 넘는 소액주주 가운데 약 16.7%가량이 합병안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삼성물산은 주주친화정책의 실행과,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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