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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그룹 재편 완료단계…다음 수순은?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작업이 사실상 완료 단계에 들어섰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2013년 7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수한 때로 본다. 같은 해 9월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재계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시 25.1%의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역시 이 부회장이 애초 11.3%의 지분을 보유했던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한다.

▶‘떼고, 쪼개고, 붙이고’= 2013년 11월에는 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 사업을 따로 떼어내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한다. 에버랜드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가지치기’를 함으로써 현재 제일모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이 진행됐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도 합쳤다.

뉴 삼성물산 출범의 전조를 알린 것은 작년 6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였다. 삼성에버랜드가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시장을 뒤흔들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주회사 추진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지주사 논쟁도 전개됐다.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갈 수 없는 이유와 반대로 지주회사로 갈 수밖에 없는 논리가 부딪혔다. 삼성 관계자들은 “수십조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지주회사 체제로 당장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7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이후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작년 11월과 12월 잇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이 최근 진행한 재편 작업 중 유일하게 실패한 일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다. 애초 육상-해상 플랜트의 시너지 등을 노리며 추진한 합병이지만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작년 9월 합병계획 발표 이후 2개월여 만에 합병 자체가 수포로 돌아갔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합병 재추진 여부에 대해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카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남은 수순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거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삼성은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일자 구조로 단순화하는 데 성공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던 고리가 통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바뀌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부자가 삼성전자에 직접 보유한 지분 4%가 있는 만큼 약 8% 정도의 직간접 지배력이 생긴다. 이건희 회장은 3.4%, 이재용 부회장은 0.6%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만 봐도 0.6%의 삼성전자 지분이 4.7%로 커지는 효과도 얻을수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에 갖게 될 지분 4.8%대를 정리해야 순환출자고리가 완전하게 끊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통합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를 어떤 형태로든 정리하는 것이 금산분리 요구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정치권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이 있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중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고, 의결권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이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IR팀장 이명진 전무는 지난 6월3일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시장에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루머가 있는데 계획이 없다. 이 발언으로 루머를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 입장을 (시장에) 확실히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날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 삼성전자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와 통합 삼성물산을 다시 합병해 삼성홀딩스를 출범시키는 시나리오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시장의 관심이 다음 타깃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11%대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게 된다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재계는 삼성이 이번 합병을 추진하면서 엘리엇의 공격으로 피로감이 누적돼 있고 적잖은 학습효과도 얻었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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