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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별 볼일 없던 광고업계, 별이 될까?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한 때 최고의 유망직종이자 대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1위. 크리에이티브의 상징이자 시장경제의 바로미터로도 불리던 화려한 직업. 바로 광고업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광고업계는 그야말로 침체 일변도였습니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을 비롯한 대기업 계열의 광고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직면하며 활동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여기에 세월호,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별 볼일 없는 업종’으로까지 불리기도 했습니다.

실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10조9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인한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이 있었기에 이정도 수치라도 건진 것이죠.

여기에 광고를 귀찮은 스팸(spam)메세지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인식변화와 마케팅 채널 증가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광고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커져만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광고업계의 암울한 상황에도 작지만 의미있는 빛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바로 변화하는 업계 환경에 따른 회사들의 생존경쟁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먼저 제일기획과 이노션이라는 양대 광고회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 광고시장에 쟁쟁한 도전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씨를 주축으로 하는 오리콤입니다. 오리콤은 14일 한화 계열 광고회사인 한컴을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룹 계열 광고회사간 인수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통해 업계 7위권의 중대형 광고회사이던 오리콤은 단숨에 5위권내로 진입하며 시장 선두주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입니다. 

박서원 오리콤 CCO

전통적으로 기업 PR 광고 및 사회공헌 마케팅에 강점을 지닌 오리콤과 스포츠 행사 등 BTL 마케팅에 강점을 보인 한컴의 합병은 두 회사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정체됐던 광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이번 합병을 통해 날개를 단 박서원 CCO에 대한 두산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인 이노션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일기획의 유일한 경쟁자로 간주되던 이노션이 상장으로 얻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때문입니다. 이노션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모터스포츠, 문화, 공연 마케팅은 물론, 디지털 마케팅 등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차 제네시스 캠페인. 2015 칸 광고제에서 3개부문 수상

이런 이노션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 6조9661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이노션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6만8000원) 기준 약 1조3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업계 1위 제일기획 역시 수성(守城)을 위해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특히 제일기획은 올해 들어 신사업 전담 조직인 ‘비욘드 제일’ 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캐릭터 제작사 부즈클럽과 함께 신규 캐릭터 ‘아둥가’를 런칭하며 캐릭터 산업에 뛰어들기도 했죠.

▶여기에 갈수록 대세가 돼가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 역시 국내 광고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전통적인 TV나 인쇄매체에서 디지털 채널을 통한 광고ㆍ마케팅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 2011년 1조9160억원이던 디지털 광고비는 지난해 2조9320억원으로 53% 증가했고 올해에는 3조36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제일기획 홈페이지

제일기획은 2013년 빅데이터 전문 분석조직인 ‘제일 DnA센터’를 신설하고 지난해에는 디지털 전문가인 피터 김 전무를 영입해 빅데이터 분석 사업을 맡기는 등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분야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홍기획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을연결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옴니채널’을 위한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회사의 방향성으로 잡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를 위해 대홍기획은 디지털 크리에이터, 콘텐츠 작가, 바이럴 영상 1인 제작자, 디지털 플래너로 구성된 OCS(Open Creative Solution)라는 일종의 디지털 특화팀을 조직, 운영하고 있습니다. SK 플래닛의 광고부문 SK M&C 역시 기존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별도 팀을 구성해 운영중입니다.

광고업계를 출입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위축되어온 광고업계에 다양한 이슈들이 생기는 일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이 생기고, 경쟁을 통한 더욱 참신하고 발전된 광고들이 우리 사회를 빛낼테니까요. 광고업계가 향후 더욱 좌충우돌,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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