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충성도 높은 ‘보배車’는 따로 있다
자동차 회사가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을 최대로 확보하는 동시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중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설명한다. 쏟아지는 신차와 각종 마케팅 및 프로모션 속에서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쟁탈전이 격화되는 가운데서도 각사마다 기존 고객을 지켜내는 대표 모델이 있다. 이른바 재구매율이 높은 ‘충성차’다.그런 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효자’라면, 가장 고객 충성도가 높은 차는 ‘보배’라고 불린다. 

▶에쿠스는 현대차의 ‘Loyal King’=국내 자동차 시장 1위인 현대차에서 충성도가 가장 높은 차는 ‘회장님차’로 불리는 에쿠스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의 경우 에쿠스 재구매율이 78%로 가장 높았다. 80%에 달하는 재구매율을 놓고 단순히 현대차 고객들만 타는 차로 단정하기 어렵다. 에쿠스 최대 가격이 1억원 이상임에도 월 400~500대선에서 꾸준히 팔리는 것을 보면, 기존에 제네시스ㆍ아슬란 등을 타던 고객 중 상당수가 수입차로 이탈하지 않고 에쿠스로 차급을 올려 탄다고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의 재구매율은 올해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충성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에쿠스

현대차는 이와 함께 그랜저 54%, 아슬란 69%, 제네시스 70% 등 차급이 올라갈수록 재구매율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에쿠스뿐만 아니라 나머지 중대형 이상 세단 라인업이 수입차 공세 속에서도 기존 고객층 지키기에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의 견고한 K시리즈, RV=기아차 역시 올해 1~5월 구매 고객 대상으로 재구매율을 분석한 결과 K9이 64.8%로 재구매율이가장 높게 나왔다. K9 올해 1~5월 판매량이 1976대로 작년 동기 2309대보다 14% 가량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0대 전후 수준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기존 기아차 고객들의 충성도는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K3 27%, K5 36.2%, K7 40.8% 여기에 K9까지 차급이 올라갈수록 재구매율이 올라가 K시리즈 내에서 고객층이 견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차 K9

이와 함께 모하비 48%, 카니발 38.7%, 카렌스 38.7% 등 기아차의 RV(레크레이셔널차량)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구매율을 보여 기아차는 RV의 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스파크는 한국지엠의 세컨드카=반대로 한국지엠에서는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차가 국내 대표적인 경차 중 하나인 스파크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올해 1~5월 판매된 스파크 중 기존 한국지엠 고객들의 비중이 35% 정도 된다. 스파크 3대 중 1대 꼴로 기존 고객들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지엠은 기존에 타던 차 외에 별도로 이용하는 ‘세컨드카’로 스파크를 많이 구매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에서 말리부나 트랙스 같은 차를 주로 타면서 간편하게 이용하기에 가격 부담이 적고 연비가 좋은 스파크가 제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스파크

반면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 5월까지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모델은 SM7(36.5%)였다. 르노삼성은 SM3ㆍSM5ㆍQM5를 탔던 고객들이 차급을 올리면서 최상위 모델 SM7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작년 9월 SM7 Nova 출시 당시 두 달간 재구매 고객 7명에 30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수입차도 두 자리 수 재구매율=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재구매율이 두 자리 수에 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인 BMW의 경우 올 1~5월 기준 재구매 대수는 5시리즈가 483대로 가장 많지만 재구매율은 7.3%였다. 이와 달리 X5(138대)는 재구매율이 19.2%로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BMW 세단을 타던 고객 중 상당수가 차를 바꾸거나 추가로 구입할 때 X5와 같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아우디의 경우 재구매 대수가 가장 많은 A6 45 TDI quattro(729대)의 경우 재구매율이 14.2%로 두 자리 수를 넘었다. 한국토요타에서 각각 재구매 대수가 가장 많은 캠리 가솔린과 렉서스 ES 300h의 재구매율도 11%, 9%로 집계됐다. 혼다의 레전드는 재구매율이 30%였고, 포드 익스플로러는 35%로 30%선까지 올라왔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에서 재구매율이 두 자리 수가 나타나는 것은 최근 현상이다. 신규 고객 위주였던 시장에서 충성 고객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폭스바겐 주력 모델인 골프, 티구안 등은 제품 주기가 최소 3년 이상 지난 모델들로 신형 모델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며 재구매율이 각각 5%, 4.6%에 그쳤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재구매율=한 모델의 총 판매량 중 차종과 관계 없이 기존 자사 고객이 구매한 비율. A사의 B모델이 1000대 팔린 가운데 A사의 B모델을 포함해 C, D, E 모델 등을 타던 기존 A사 고객이 B모델 500대를 구매했다면 재구매율은 50%다. 업계에서 재구매율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