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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상처 뿐인 유승민 파동, 소통채널 회복이 급선무
열흘 넘도록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유승민 파문’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25일 “배신의 정치는 심판받을 것”이라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이쯤에서 일단락된 건 다행이다. 사태가 더 길어지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 맛은 여간 씁쓸하지 않다. 원내대표의 사퇴를 묻는 의총 자체가 난센스다. 무엇보다 의원들이 직접 뽑은 여당 원내대표 거취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좌우된다는 건 우리 정치사에 분명 큰 오점이다.

외견상 이번 파문의 결과는 박 대통령의 힘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모두가 패자인 승부였다. 당장 박 대통령은 경직과 불통의 이미지가 더 굳어졌고 국민적 신뢰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졌다. 메르스와 가뭄으로 온 국민이 절정의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제왕적 권위 지키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 민생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국가지도자로선 치명적인 일이다. 정작 심판을 받은 쪽은 박 대통령인 꼴이 됐다.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진 여권내 갈등의 골은 한 층 더 깊어졌다. 가장 권위 있어야 할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막말이 오갈 정도였고, 이런 한심한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당의 간판이 돼야 할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정작 문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의 거리가 여전히 멀고 그 벽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꽉 막힌 소통’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를 비운지 50일 지났다. 청와대 정무기능이 마비되고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지 오래인데도 박 대통령은 하나 불편한 게 없었던 모양이다. 이러니 비서실장을 교체해도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유승민 파동’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희망이 없다. 다음 달이면 박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난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라도 당청관계, 나아가 정치권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그 전제는 당과 정치권에 대한 존중이며, 소통이다. 여당을 대통령의 지시 이행 기관정도로 여기고, 정치권은 자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 협조해줘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게 민생도, 경제도, 박 대통령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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