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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금 올려라”<휴대폰 제조사> VS “출고가 내려라”<정부·이통사>
LG전자 상한선 폐지 요구 계기…단통법·휴대폰값 논란 수면위로
제조·이통·정부간 이해 엇갈려
일각선 분리공시제 주장 설득력


LG전자가 신규 단말기 구입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정부에 건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휴대폰 값이 논란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이해가 엇갈리고, 정부의 입장과도 충돌하고 있다.

▶LG전자 “지원금 상한선 규제로 스마트폰 못 팔아”=LG전자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단말기 지원금 폐지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미래부 한 관계자는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 등이 정기적으로 만나 각각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휴대폰 제조사들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특히 LG전자는 지난달 휴대폰 판매 상황이 어렵다면서 관련 설명자료를 들고와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주장은 현재 최고 33만원인 휴대폰 지원금 상한선 제한이 휴대폰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LG전자가 상반기에 출시한 전략 프리미엄폰 G4를 비롯한 자사의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기대를 한참 밑돌자 단통법을 지지했던 당초 입장을 뒤집고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핵심은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휴대폰 지원금의 규제다. 단통법은 방통위가 시장 상황 등을 등을 고려하여 휴대폰 지원금 상한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소비자가 출시 15개월 이내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단말기 지원금은 최대 33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ㆍ이통사 “출고가가 높다”=LG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선 규제가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을 낮춰 판매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이통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지원금 상한선이 문제가 아니라 높은 출고가가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신규 휴대폰 수요는 이미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중저가폰 선호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고루 봐야 한다, 휴대폰 상한선 규제가 국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지난 2011년 2600만대 수준에서 매년 10% 정도씩 하락해 지난해에는 1850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도 “LG전자의 프리미엄폰 판매가 위기 상황이라면 고가 전략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며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출고가를 낮추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선 폐지나 상향은 결국 이통사의 부담을 높여 마케팅 비용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찬성할 이유가 없다.

미래부나 방통위로서는 단통법의 취지가 단말기 지원금을 규제하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장 과열과 소비자 혼선을 줄이자는 것이어서 LG전자의 상한선 폐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폐지는 곧 단통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통법 폐지” VS “분리공시제 도입”=하지만 자사의 판매 실적 부진 때문에 단통법을 반겼던 당초 입장을 번복한 LG전자가 아니더라도 지원금 상한선 폐지 요구는 일부 소비자들과, 통신 시장 자유 경쟁을 주장하는 학계로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원금 제한이 소비자들의 혜택을 줄이고 자유 경쟁을 왜곡하는 규제라는 주장이다. 이는 단통법의 폐지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문제는 통신요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휴대폰값인데, 제조사들은 “지원금을 올려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통사는 “출고가나 내려라”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리공시제 도입’ 논의도 다시 표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분리공시제란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제조사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제도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출고가는 그대로 두고서도 이통사들의 지원금과 함께 제조사들의 장려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업계 일각에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상한선 폐지 등 서로 맞서는 주장의 합리적 해법이 분리공시제 도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당초 단통법 개정 논의 때 도입이 추진됐지만, 제조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조사들의 장려금은 영업비밀인데다 분리공시제는 또 다른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분리공시제는 이미 추진됐다가 폐기된 제도라 다시 논의되더라도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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