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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박일한]메르스와 주택거래량
“계절적 비수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에도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9일 대부분 언론은 이 같은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서울시가 집계하는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8일 기준 9723건을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수치는 지난해 6월 한 달 거래량(5164건) 보다 88% 높고,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6월 거래량으로 가장 많은 2013년 6월 기록(9818건)을 육박한다. 남은 이틀간 거래량을 합하면 1만건을 돌파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29일 오전 9시 기준 거래량은 9727건으로 전날보다 소폭 늘어나 있다. 실거래가 집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수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6월 거래량 지표를 보고 ‘계절적 비수기와 메르스 여파’를 따지긴 아직 이르다. 이 거래량 지표가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 기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거래 신고 의무제를 시행하면서 주택 계약한 후 60일 이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6월 신고한 주택거래건수 가운데 상당수가 5월20일 메르스 환자 첫 출현 이전 계약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주택 매매 계약을 한 이후 구청에 신고하기까지 짧으면 1~2주지만 몇달씩 걸리는 경우도 꽤 많다. 전세보증금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거나 은행 대출이 늦어지는 등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계약을 하고 최종 잔금납부까지 신중을 기하면서 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흔하다. 주택 매입 의사결정(계약)과 신고는 시간 차이가 꽤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6월 거래량에는 4,5,6월 계약건수가 모두 섞여 있다는 이야기다. 이 지표만으로 ‘메르스 악재에도 거래량이 늘었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봄 계절적 성수기 당시 늘었던 4~5월 계약분이 더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직 ‘메르스 여파가 주택 매매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거나 ‘비수기인데도 거래가 늘어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일 수 있다. 왜곡된 정보를 믿고 주택 매매에 나서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사람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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