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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박일한]“어쨌든 삶은 계속된다”
“분양공고를 낸 이후 콜(문의전화) 수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집을 산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인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포기할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이달 말 견본주택을 여는 수도권 한 대단지 아파트 분양대행사 사장은 ‘메르스 때문에 주택 매매가 줄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메르스가 최근 ‘다시보기’ 열풍이 불고 있는 영화 ‘감기’의 묘사처럼 ‘에피데믹(epidemic)’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물론 이야긴 달라질 것이다. ‘감기’를 보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 지역을 봉쇄하는 수준까지 치닫는다. 말 그대로 국가적 재앙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된다면 경제는 물론 모든 영역은 사실상 붕괴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가 과연 이 수준까지 확대될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WHO(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미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환자 수 증가세는 완화됐고 완치된 사람도 늘고 있다.

다행히 부동산 시장에선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큰 동요는 없는 듯하다. 국민은행이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간단위 ‘매매거래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월8~16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매매거래지수’는 32.8로 전주(6월1~8일) 30.1보다 높아졌다. 메르스 발병 직전인 5월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메르스 발병 직후부터 한 달간(4주간) 매매거래지수는 평균 32.3으로 2013년(9.8)이나 2014년(8.4) 동기 지수 보다 훨씬 높다.

매매거래지수는 중개업자들에게 최근 주택시장 거래동향을 ‘한산함’, ‘보통’, ‘활발함’ 중 선택하도록 해 ‘활발함’ 비중이 높을수록 수치가 상승한다.

거래량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달 23일 기준 7888건으로 작년 6월 거래규모(5164건)를 이미 넘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메르스가 심각한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드러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고, 국가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우리 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전인류가 심각한 전염병으로 하나둘 감각을 잃는 설정의 ‘퍼펙트 센스’라는 영화가 있다.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life is goes on)”는 대사가 인상적인 영화다. 정말 그렇다. 세월호 사태를 지나면서도 그랬고 이번도 그럴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 해야 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사태 수습에 노력하고, 부족한 대응체계를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개개인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우왕좌왕해선 안된다. 조심하되 자신의 일상에 나쁜영향이 없도록 조심해야할 것이다. 무엇이든 자신의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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