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수영 산문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면’ 등 3편 발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어수선하고 산란한 요즘의 삶 가운데서 구태여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면 외국 잡지의 겉뚜껑을 바라보고 있는 일이다. (중략)사실인즉슨 을지로 네거리나 남대문통 상업은행 뒷담에서 판자 위에 놓고 파는 노점 상인의 것을 사서 보는 것이 나의 구미에 똑 알맞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때문에 나는 잔돈푼을 아까운 줄 모르고 이것을 사 보는 버릇이 여지껏 남아 있다.“


김수영 시인의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면’이란 글로 1955년 1월 15일에 발간된 월간교양지 ‘민주경찰’ 47호에 게재된 수필이다.
계간지 ‘세계의 문학’ 여름호는 이윤정 교수가 소장한 김수영의 산문 ‘나에게도 취미가~’를 포함, 3편을 발굴, 게재했다.

자신의 취미를 외국잡지를 사보는 것으로 소개한 김수영은 서적상인들이 자신을 ‘애틀랜틱’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애틀랜틱’이나 ‘하퍼스’같은 것 밖에는 눈이 돌아가지 않고 일본 월간 잡지는 값이 분에 넘쳐서 사지를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한 채 번번히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는 나를 보고 그들이 붙인 별명”이라는 것이다.

김수영은 잡지를 구해서는 기껏 소설이나 시 정도 보는게 고작이라며, “어떠다가 한달쯤 늦어 나오는 잡지를 보면 너무 반가워서 코에다 들이대고 냄새라도 맡아 보고 싶은 반가움과 승리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취향을 “멀리 여행을 하고 싶은 억누른 정열의 어찌할 수 없는 최소한도의 미립자적 표정인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내 절망과 자유를 얘기한다.
“말하자면 나의 생활은 절망 위를 걷고 있는 생활인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무엇이라고 나를 놀리거나 욕하거든 간에 나의 유일한 생활은 이 절망의 생활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안에만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이 수필을 쓴 시점은 1954년 12월에서 1월초 사이로 김수영이 민간억류인의 한 사람으로 포로수용소에 수용돼 있다가 풀려난지 2년정도 지난 시점이다. 이 수필에서 김수영은 좌절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수필은 ‘하퍼스’1954년 7월호의 표지 이미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수영은 이 인물을 ‘청년’으로 묘사하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 표지 이미지는 뉴욕시의 권력자인 카르민 G. 데사피오를 그린 것. ‘세속의 철학자들’로 유명한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표지인물인 데사피오가 뉴욕시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열한쪽에 걸쳐 썼다.

‘세계의 문학’은 이 수필 외에 함께 발굴한 산문 ’시작에 있어서의 한자 문제‘와 1967년 10월10일 창조사에서 발간한 이중 시집 ’땅에서 비가 솟는다‘의 발문으로 수록한 산문 ’진정한 참여시‘를 함께 실었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