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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낙타, 메르스, 때 이른 무더위, 쩍쩍 갈라진 논. 대한민국 6월의 이미지는 황량한 사막을 지친 모습으로 걷는 낙타의 모습이다.

월초 낙타처럼 서울을 거닐었다. 대기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어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이 늘 들었던 백화점의 유명 팥빙수집. 일요일 한 낮이어서 평소같으면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정상.하지만 다섯명밖에 없었다. 기다리지 않았던 만큼 맛은 반감한다. 한 여름 휴가철에도 삼청동은 이렇지 않다. 점심시간 텅빈 삼청동 모습은 기이했다. 외신이 메르스공포에 빠진 서울에서 즐겨야 할 다섯가지 일중 하나로 삼청동 구경을 꼽았다.조롱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주말 강남 결혼식장 가는 길도 고속도로 수준이었다. 영화에서나 봤던 역병 와중의 도시가 이런 풍경이었을까?

그리고 몇주 지나면서 공포감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다. 삼청동도 젊고 밝은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2주만에 찾은 또 다른 결혼식장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시 가보진 않았지만, 팥빙수집에도 제법 손님이 늘었을 법하다. 내성도 생겨나고 있는 듯 보인다. 메르스 종식이 얘기되고 있다. 시간의 힘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경제위기론이 그것이다. 메르스가 오기 전부터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위기론은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인류 역사상 가정 선동적인 ‘공산당 선언’의 첫문장처럼. 문제는 경제위기론은 선동이 아니란 점이다. 최근 만난 증권사 CEO는 ‘2016년 한국경제 위기론’을 얘기했다. 외환위기 수준의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위기론의 배경은 여럿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도 못미치는 성장률, 한국경제의 엔진인 수출까지 흔들리고 있다. 메르스 파장에서 보듯, 유커들이 빠져나가자 흔들릴 만큼 내수도 탄탄치 못하다. 기준금리를 사실상 콘크리트 바닥이라 할 수 있는 1.50%까지 낮춘 것은 위기론의 방증이다. 디플레이션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경제의 위기론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 지표보다 체감지표나 심리지표가 나쁜 것은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나친 속도의 고령화에 ‘7포세대’란 얘기가 나올만큼 청년들은 꿈을 포기하고 있다. 경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탄력이 현전히 떨어져 가는 느낌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현해탄을 건너오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끝물이지만, 한국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를 ‘잃어버린 세월’의 초입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 그래도 위기론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는 지 되묻고 싶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메르스보다 더 크고 깊은 공포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경제위기를 얘기하는 전문가들의 예감이 현실화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메르스에 허둥지둥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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