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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권대봉]국가적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
달포 전에 상륙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 진압되지 못한 가운데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몸 닦기가 강조되고 있다.

대학장구(大學章句)에 “마음이 있지 않으면(心不在焉), 봐도 보이지 않고(視而不見),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聽而不聞), 먹어도 그 맛을 알 수 없다(食而不知其味). 이를 일러 몸 닦기는(此謂修身)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에 있다(在正其心)”고 나와 있다.

원래 몸을 닦아 마음을 바르게 만드는 수신(修身)은 집안을 바르게 하고(齊家),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며(治國), 천하를 평안(平天下)하게 하는 근본이다. 지금은 평천하를 위한 몸 닦기가 아니라, 개인위생을 위한 몸 닦기가 필수가 됐다.눈으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으며, 입에 들어가도 맛을 느낄 수 없는 균(菌)과 바이러스 때문이다.

균이 “인류의 운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왔다”고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1997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에서 밝혔다. 예를 들어 1875년 피지 추장이 호주를 다녀와서 감염된 홍역으로 피지인의 25%가 사망했고, 1779년에 약 50만명이었던 하와이 인구가 쿡 선장과 함께 상륙한 성병 등 각종 병원체와 1804년의 장티푸스로 인해 1853년에는 8만4000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생물 전문가에 의하면, 균은 세균과 진균 즉, 대장균과 같은 세균과 무좀균과 같은 곰팡이를 포함한다. 바이러스는 훨씬 더 작은 물질로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숙주 없이는 생장이 어렵고, 따라서 대부분 숙주를 통해서 전파된다고 한다. 접촉이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메르스는 중동지역의 낙타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은 경우다. 필자는 1979년부터 2년간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현지인들이 서로 뺨을 맞대며 안부를 묻는 인사법을 목격했다. 정(情)이 듬뿍 묻어나는 인사법으로 인해 바이러스 전파가 기승을 부린 것 같다. 초동 대응이 미흡해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데다가, 한국적 정(情)의 문화로 표출되는 간병과 문병으로 인해 간병한 가족과 문병 온 친척과 친지에게 감염된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18일 취임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메르스 컨트롤 타워를 자임하고 나섰다. 궁극적으로 간병제도와 문병문화를 바꾸고 응급실과 다인실 감염을 차단하는 처방이 절실하지만, 정부는 우선 방역 거버넌스 체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이나 전문가를 활용하는 운용의 문제, 즉 컨트롤 타워의 역할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즉각적 초동 대응이 어려웠다면, 프로토콜을 다시 점검하는 동시에 해당되는 프로토콜이 실무진에 의해 잘 숙지돼있는지도 점검해서 향후 위기관리역량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들은 항체가 만들어져 면역력이 생기므로 같은 병이 재발되지 않게 된다. 위기를 겪은 대한민국이 같은 식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면역력이 생기도록 시스템적 처방을 해야 박근혜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컨트롤 타워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와 국민안전 컨트롤 타워 등이 항상 작동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위기대응이 특정 개인의 임기응변식 개인기로 치부돼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국가적 위기대응에는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가 성패를 좌우한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를 어느 컨트롤 타워에서 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평상시에 정부와 국민이 공유해야, 비상시에 민ㆍ관이 효과적인 팀플레이로 극복할 수 있다. 정치가와 공직자도 국민처럼 몸을 닦아 마음을 바로(修身正心)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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