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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김형기]메르스와 재택근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감염 공포가 커지면서 한참동안 휴교하는 학교들이 생겼다. 아직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부모들로서는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학교가 휴교하면 아이를 돌보는 일은 출근하는 부모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정도라면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일주일이 넘게 되면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여직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재택근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셀트리온과 같은 바이오 제약회사는 여직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주요 연관 분야인 생명공학, 약학, 간호학 전공자 중 여성비율이 높은 게 주된 이유이지만, 세밀한 자료분석을 요구하는 일의 특성상 섬세한 여성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는 측면이 고려된 때문이다. 그래서 허가, 데이터센터, 품질 등 부서의 특성에 따라 여성비율이 월등히 높은데 회사 전체의 성비를 따져봐도 절반에 가깝다.

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회사로서는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여직원들은 물론 남성 직원들의 재택근무 문제도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도입여부를 두고 고민해보니, 재택근무란 게 그냥 집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함께 긴 회의를 해야 할 일도 생기고, 필요서류를 확인하고 인허가를 승인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사에 나와야 할 일도 생긴다.

다른 회사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특정 IT기업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휴교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해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메르스 감염의심 혹은 발열이 있는 직원에게는 재택근무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 재택근무라는 것, 기업들이 만족할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데 고민이 있다. 단순히 감염확산을 막고자 임시방편으로 나온 격리지침일 뿐 진정한 재택근무는 아닌 것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이는 메르스에 대처하기 위한 여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문제를 넘어 근본적인 기업의 위기대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으로서 직원들의 편의나 복지를 위한 측면뿐 아니라 기업의 위기상황 대처를 위해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겠기에 말이다.

이번 메르스사태가 모든 기업들에게 재택근무와 재택근무 체계에 대한 생각을 다듬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메르스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 유행 혹은 천재지변 등 재난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 모든 게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니 그럴 개연성은 높다.

그렇다면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꼭 같은 시간, 한 장소에 일제히 모여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땐 재택근무도 하고, 외부에서도 효율적으로 일상업무를 진행하는 ‘스마트 워크 시스템’ 같은 것 말이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조성이 모든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메르스를 겪으면서 경영자로서 느끼게 된 교훈이다. 일상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보고 휴가지에서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시대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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