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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잇따라 깨지는 메르스 공식, 민관대처 더 기민해야
이른바 ‘메르스 공식’이 잇달아 깨지고 있다. 메르스의 감염력과 전파력, 위험도 등에 대한 당국의 예측이 번번히 빚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설령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공식이 우선 그렇다. 16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19명이다. 그런데 이 중 4명은 평소 별다른 병이 없었고, 40대가 포함돼 있는 등 나이도 비교적 젊은 편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는데도 사망했지만 당국은 명쾌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잠복기 2주를 넘긴 환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확진자 가운데는 감염자와 접촉한 지 17~18일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 라인에도 ‘길어야 14일’이라고 제시했는데 이례적인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WTO와 협의해 방역 지침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렇듯 메르스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며 연일 진화하는 양상이다. 국민들의 불안감도 그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지역감염은 없다’, ‘공기로 확산되지는 않는다’, ‘손씻기와 마스크만 착용해도 괜찮다’는 등의 메르스 공식에도 사실상 균열이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좋지않은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여전히 메르스를 얕보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런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어린 학생들이 지나치게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쉽게 설명하며 안심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잦아들기는 커녕 대량 확산마저 우려되는 시점이다. 일선 의료진과 역학조사팀들은 밤잠을 자지 않고 더 큰 위기상황을 막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사실은 누구보다 박 대통령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당국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돼선 안된다. 잘 통제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믿을 국민은 이제 없다. 상황은 거꾸로 가는데 전문가를 앞세운 ‘안심 마케팅’은 오히려 국민들의 눈높이를 무시하는 처사일 뿐이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힘든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강 방역시스템을 가동하고 국민들에게도 ‘안심’보다는 ‘협력’을 당부하는 게 정확한 지침이다. 상대를 얕보면 절대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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