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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靑, 정의화 중재안 존중해 국회법 개정안 출구 찾아야
야당이 15일 의원총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재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 가운데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했다. 글자 하나를 고친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이 자구 하나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야당과 청와대가 충돌한 지점이 행정입법 수정의 강제성 여부인 까닭이다.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고 했고, 청와대는 그렇다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며 맞섰다. 중재안은 원안 보다 완화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 행정입법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고 있다. 정 의장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서 청와대에 이송했다”고 한 이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야당이 원안을 고집하지 않고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린 점도 평가할 만하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은 당연하다”고 했던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며 중재안 수용에 나선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모처럼 여야 타협의 산물로 마련한 중재안을 걷어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은 ‘모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은 고치는 게 마땅하다’는 명제에 국회 재적의원 3분2가 넘는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만큼 그 입법 취지를 청와대가 존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견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찬성하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작동하면 정부 무기력화와 국정 마비상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현실화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설령 야당이 시행령 수정 권한을 발동하려 해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여당의 동의를 받는다해도 강제성이 없는 만큼 얼마든지 국회와 타협점을 찾으면 된다. 그럼에도 국회가 일방적 독주를 한다면 대통령 거부권과, 헌법재판소 위헌청구, 대법원 심판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다면 정치실종의 파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여야는 개정안의 재의결을 놓고 싸울 것이고, 당·청과 친박·비박 간에 대립이 또다시 격화돼 자중지란을 겪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시기에 입법부와 행정부간 분란이 커진다면 둘 다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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