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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역학전문조사관 체계적 양성 이제라도 시작하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역학전문조사관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초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메르스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면서 조사 대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당장 환자가 150명에 이르고 격리대상자도 5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감염 원인과 경로를 추적하고 관리해야 할 전문 인력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뒤늦게 민간 전문가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기세가 오른 메르스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건 그동안 방역전문 인력 키우기에소홀했던 탓이 크다.

현재 투입된 역학조사관 현황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방역 후진국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소속을 포함해 모두 34명의 역학조사관이 연일 메르스 행적을 좇느라 파김치가 다 됐다. 원래 법적으로 중앙정부에서 30명, 각 시도별로 20명 등 총 370명 가량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 적정 인력의 10%도 되지 않는 셈이다. 그 가운데 정식 공무원은 2명 뿐이고 나머지는 군 복무중인 공중보건의들이다. 공중보건의라도 조사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32명중 3년차 이상은 6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조사관 일이 익숙해질만 하면 전역하고 또 신입 공중보건의가 그 자리를 메운다. 역학조사관의 숙련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국내 방역시스템을 전면 재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역학전문조사관을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질병관리본부(CDC)에서 80명 가량을 뽑아 역학조사 전문요원으로 키워 현장에 내보낸다. CDC 역학전문요원 과정을 이수한 강대희 서울대 의대학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폐쇄와 이동권 제한에 필요한 행정 능력, 관련 정책 입안, 질병 현장 지휘 등의 훈련을 받게 된다. 특히 주민설득과 공포 통제를 위한 미디어 대응훈련도 훈련 과정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런 전문요원이 우리도 절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메르스는 소멸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감염병이 언제 덮칠지 알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역학전문조사관을 체계적으로 키워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한해 10명씩만 잘 훈련시켜 배출해도 10년이면 100명의 정예 요원이 생긴다.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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