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총리 후보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반(半) 총리, 반 장관’ 신분을 유지한 지 20일째 접어들었다. 황 후보자가 8일 국회 청문회에서 “총리에서 낙마해도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법무장관 퇴진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후임 장관이 누가 될지, 언제쯤 인선이 마무리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달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던 법무장관 후보자 인선이 다소 늦어지는 것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와 관련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후보군을 추려놓고 김진태 총장(14기)과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출구전략’을 잘 짜서 큰 사회적 파장 없이 끝낼 적임자가 누구인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왼쪽부터) 길태기, 문성우, 차동민 |
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사법연수원 10기부터 15기까지 폭넓은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차기 장관후보로는 사법연수원 15기가 유력하다. 이들 중 서울 출신으로 치밀하고 명석하면서도 비교적 온화한 품성인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교일(경북)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명관(충남) 전 수원지검장, 석동현(부산) 전 서울동부지검장, 곽상도(대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경합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길 전 고검장은 법무부 대변인,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차관을 거치며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종합상조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한 경력도 돋보인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최 전 지검장은 형사사법제도 개혁을 이끈 기획통이고. 한 전 지검장은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 2013년 총장 후보로 천거된 바 있다.
11기인 문성우(광주) 전 법무부 차관도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총장의 선배로 검찰 지휘에 무리가 없다는 평이다. 호남출신이라 탕평의 상징이기도 하다. 검찰 1ㆍ2ㆍ3과장과 검찰국장 등을 두루 거쳐 법무 업무에 정통하며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국제검사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국제업무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인재가 많은 것으로 소문난 13기에서 장관이 나온다면 차동민(인천) 전 대검차장이 첫 손에 꼽힌다. 친화력과 균형감각, 상황 판단이 뛰어나다. 14기에서는 곽상욱(서울) 감사원 감사위원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으며, ‘명검사’ 별명을 가진 10기 명동성(전남) 전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안정감과 지역균형이라는 키워드에 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영훈ㆍ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