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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족 ‘어찌하오리까’
서울시 임용시험 13일 예정대로…당국 의심환자 격리 천명불구
일부 지방출신 상경포기 잇달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공포에 일부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꿈을 잠시 접었다. 서울시 7ㆍ9급 공무원 임용시험이 오는 13일 예정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메르스 확산 우려에 응시를 포기하려는 공시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사는 공시생 A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입실해 기침 소리 하나에 신경 써 가며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할 것 같다”며 “고민 끝에 서울시 시험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ㆍ의심 환자와 같은 시험장을 이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험장 내 감염 예방과 자택격리자에 대한 격리 시험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응시생들은 미덥지 않다. 그간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대응에 대한 불신이 쌓여온 탓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강모(23) 씨는 “자가 격리자 관리망이 엄청나게 허술하지 않느냐”며 “보건소에서 자가 격리자를 전화로 확인한다고 해도 전화를 맡기고 시험장에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고 애먼 수험생까지 격리 조치를 당하게 만들 것 같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공시족들은 27일 실시 예정인 지방직 9급 공채 시험 일정을 고려해 서울시 임용시험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서울시 시험을 치르다 혹 같은 공간에서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나와 자신도 격리되면 지방직 시험 마저 정상적으로 못 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실제로 공시생들 사이에서는 메르스 잠복기가 며칠인지, 격리기간이 몇주 인지 문의가 빗발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메르스가 덜 확산된 지방 거주 응시생들이 서울을 방문해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를 상당한 위험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도 공시생들의 시험 포기 속출에 한몫하고 있다. 서울 근처에만 가도 메르스에 걸릴 것처럼 과장된 소문과 억측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메르스라는 전혀 생소한 전염병이 나타난 상황에서 메르스의 객관적 위험과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 불안감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방어적이고 위축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응시자 중 자택격리자의 자진 신고가 절실하다”면서 ”자택격리자 명단을 각 지자체별로 나누어 관리하기 때문에 시험관리하는 쪽에서 명단을 확보해 일일이 대조하기가 행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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