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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준공 50년 ‘동대문아파트’ 가보니…“아직 살만해요”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지난 4일 서울 종로구청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창신동 ‘동대문아파트’에 대한 보수 공사를 지원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1965년 현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로 올해 준공한지 50년된 아파트다. 도심 웬만한 아파트는 20년만 지나도 재건축을 하는 바람에 흔적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50년된 아파트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지난 5일 오후 지하철 1ㆍ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앞역 7번 출구. 좌측으로 19층짜리 오피스텔이 보이고 이 건물을 우측으로 끼고 청계천 방면으로 200m쯤 걸으면 한 눈에 허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50년간 이 자리를 지킨 바로 그 ‘동대문아파트’다.

현재 동대문아파트 외관. 고층 빌딩 사이에 끼여 있는 탓에 동묘앞역 사거리에선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때 고층ㆍ고급 아파트로 통했다.

낡은 6층짜리 아파트에는 131가구가 살고 있었다. 전용면적 28㎡으로만 구성됐는데 주민들에겐 15평이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하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15평’의 현재 매매가는 2억2000만~2억4000만원 정도다. 월세로 살려면 다달이 40만~50만원(보증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거래된 사례가 있다. 각각 1억8500만원과 2억원에 팔렸다. C공인 대표는 “2013년에 창신ㆍ숭인 뉴타운이 해제되기 전에는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3억원 이상에 팔리기도 했다”고 했다.

중개업소의 도움을 받아 현재 월세 매물로 나온 3층의 빈집을 직접 들어가봤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오른쪽엔 부엌이 있고 정면에 방 2칸이 벽 하나를 두고 나뉘어 있었다. 하얀 벽지가 단정히 발라져 있었고, 바닥엔 나무무늬 장판이 깔끔하게 깔려 있어서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화장실 바닥이 방 높이보다 20cm 가량 낮은 게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 내부는 ‘ㅁ’자 형태의 중정형으로 설계된 게 특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지었다.

70년대 동대문아파트는 ‘꿈의 아파트’였다. 개그맨 이주일을 비롯해 배우 명계남, 백일섭 씨 등이 이곳에 살았다. 덕분에 한때는 ‘연예인 아파트’로 통하기도 했다.

현재는 거주자의 80% 이상이 임차인이다. 입주자대표 백순임(66) 씨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원주민들이 강남 등지로 떠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동대문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동남아 근로자들, 주변 노점상인들이 산다. 대개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곳도 재건축이 추진된 적 있다. 동묘앞역 주변 신축 빌딩들과 묶어서 개발하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주민 대표의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종로구는 동대문아파트를 올해 공동주택지원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아파트 보수작업에 필요한 7800만원 가운데 90%(7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머지 10%만 주민들이 부담하면 된다.

아파트 내부는 방 2개와 좁은 거실 겸 주방, 화장실로 이뤄졌다. 화장실과 현관의 높이는 방 높이보다 20cm 가량 낮다.

보수작업이 끝나면 아파트 외벽에 어지럽게 늘어진 통신선이 정리되고 공용하수도도 정비될 계획이다. 옥상 방수페인트칠, 외벽 페인트칠 등을 통해 외관도 깔끔하게 변한다.

1996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박명숙(62) 통장은 “오래됐지만 애초에 단단하게 지은 아파트여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며 “이곳저곳 손질하면 살기엔 충분하다”고 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동대문아파트는 중정형으로 독특하게 만들어져서 보존할 가치가 높다”면서 “창신동 일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개발되더라도 동대문아파트는 보존을 해서 게스트하우스나 스튜디오 등으로 개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은 주류 주거수단인 아파트의 초기 모습을 간직한 역사적 건축물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60년대 준공돼 아직 남아있는 아파트는 13곳이다. 종로의 동대문아파트와 낙원상가아파트를 비롯해 중구의 정동아파트, 진양상가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는 철거 예정인 곳도 있지만 아직 한결같이 누군가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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