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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메르스 창궐 3년, 중동여행 경고조차 않은 외교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3일에도 5명이 추가 발생해 총 환자는 30명으로 늘었다고 보건당국이 밝혔다. 이 가운데 1명은 3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3차 감염자의 확대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확장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공포감을 더한다. 이런 추세라면 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4차 감염까지 발생하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두 말할 것 없이 보건당국의 무능한 대처 때문이다. 의심 신고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등의 한심한 행태는 이미 수없이 지적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그 잘못을 직접 시인했을 정도니 더 언급할 것도 없다. 가장 근원적 문제는 주요 전염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방과 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메르스가 창궐한지 3년이 됐는데도 외교부가 단 한번도 중동지역 여행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밝혀진 것이 그 좋은 사례다. 그동안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40%가 사망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도 제 때 경종을 울리지 않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메르스는 3차 감염이 없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관리되고 있다고 자체 판단해 최소한의 조치인 남색경보(여행유의)조차 내지 않은 사실이다. 메르스 최대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지역은 하루에도 수천명의 여행객이 오가는 핵심 교류지역이다. 외교부가 보건당국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환기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정상적인 정부 시스템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판이 커진 데는 제멋대로 판단하고 방치한 외교부 탓도 적지않다.

메르스의 후폭풍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가 줄을 잇고, 일부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은 아예 휴교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매출이 줄고, 음식점 예약 취소가 폭주하는 등 소비는 더 얼어붙었다. ‘메르스 오염지역’ 오명이 씌워지면서 요커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안일하고 무지한 대응이 낳은 결과는 이렇게 참혹하다. 이제라도 전염병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고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그게 그나마 실추된 정부 신뢰와 국가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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