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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정덕상]‘원빈-이나영’이 그린 수채화
수출감소 5년래 사상최악, 소비자물가지수 제자리, 디플레 본격화, 세대간 국민연금 도둑질, 메르스 망신까지 5월은 그렇게 갔다. 그래도, 5월은 계절의 여왕인 모양이다. 상큼한 사진 한 장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깔끔하게 가름마를 탄 밀밭을 걸어나와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선 원빈과 아나영. 아무거나 찍어도 화보가 되는 미남미녀지만 결혼서약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몽환적이다. 시골 마당같은 곳에 걸린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은 파스렐톤 수채화다.

한국의 ‘브란젤리나 커플’로 불릴만한 원빈과 이나영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시골 한적한 곳에서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슈퍼스타의 결혼은 늘 시끌벅쩍했다. 뜨거운 취재열기와 으리으리한 호텔 예식장, 연예대상 시상식처럼 유명 연예인과 하객이 넘쳤다. 한국 연예계 최초의 슈퍼커플인 신성일-엄앵란부터 최수종-하희라, 장동건-고소영까지 초대형 결혼식을 대세였다. 엉뚱한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화려한 레드카펫 대신 생명의 근원인 땅을 굳게 딛고 선 원빈-이나영에게서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이 묻어난다.

대중의 거울이 되는 슈퍼스타의 스몰웨딩은 반갑다.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조용필-박지숙, 최근에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대표 섹시아이콘이었던 이효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

욕하면서 따라하는게 한국의 결혼문화다. 예식장 6개월 전 예약, 신혼 집 마련, 혼수 준비, 신혼 여행지 물색, 양가 부모님 선물 고르기 등등 예식장에 들어서는데만 반년 이상 걸린다. 육아와 교육의 쓴맛을 보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통계로 본 서울 혼인ㆍ이혼 및 가치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78.3%가 결혼비용, 의식절차 등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결혼식 문화가 ‘과도한 편’이라고 했다. 체면과 관성때문에 고쳐지지 않는게 결혼문화다. 몇번이나 사진을 클릭해 본다. 보면 볼수록 그림같다. 선행에도 악플이 달리는 세태에 “행복하세요”, “정말 아름다워요”라는 대중의 축복 일색이다.

원빈-이나명 커플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들에게도 국민은 감동받고 위로받고 싶다. 청량제같은 신선한 발상과 언행이 간절히 그립다. 그들이 교수든, 정치인이든, 독설가든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배경으로 산다면 대중친화적인 진화는 스스로의 생존과 존재의 문제 아닌가.

6월 시작부터 힘든 불쾌지수가 걱정된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쳤다. 세계최초의 기록을 좋아하더니 며칠만에 ‘최대 감염국’, ‘최초 3차 감염’같은 명예를 안게 됐다. 입만열면 경제를 떠들면서, 위기도 아닐걸 위기로 키워 내수경제를 망치는 정부의 무능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지난해 세월호 비극이 터지자 수학여행, 수련회, 단체활동 금지령을 내렸다. 무사안일, 앞뒤없는 대책으로 관련 업계는 고사했다. 이번에 총력 대응이 어떤건지 벌써부터 심히 걱정된다. 

@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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