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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큰 싸움된 시행령 수정 논란, 국회가 결자해지 하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개정 국회법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박근헤 대통령은 “개정 국회법을 받아들이게 되면 국정은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발언에도 야당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오히려 상위법 위반 시행령ㆍ시행규칙 사례 11개를 공개하고 차제에 모두 바로 잡겠다며 압박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 지도부를 성토하며 내부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 국회법을 둘러싸고 벌이는 청와대와 여야의 3각 마찰은 사소한 시빗거리를 큰 싸움으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리 정치권의 못난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꼴이다. 애초 이번 갈등의 발단은 세월호 특별조사위 핵심 보직인 조사 1과장을 공무원(검찰 수사서기관)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는 것과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건 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같은 어려운 과제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여야가 조사위 과장 한 명을 교체하려다 위헌이니, 3권분립 위배니, 대통령 거부권 행사니 하는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것 자체가 실로 코미디다. 야당의 교체 요구를 정부ㆍ여당이 전향적으로 수용했다면 일이 여기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법과 어긋나는 시행령은 고치는게 마땅하다’는 명제에 국회 재적의원 3분의2가 넘는 211명이 찬성했다. 그런데도 국회법 개정의 후폭풍이 큰 것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요구에 강제성이 있는지를 두고 여야 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야당의 주장처럼 강제성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불사할 것이고, 정국은 국회법 개정 블랙홀에 빠져 장기표류할 것이다. 야당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전에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먼저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시행령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이냐는 문제는 법리적으로 따져도 논쟁적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시행령은 모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도 안되지만, 국회가 전면 통제권을 갖게 되면 정부의 국정수행력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의 매듭을 풀려면 결국 모법을 위임한 국회가 결자해지할 수 밖에 없다. 야당은 시행령 수정권한에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려놔야 한다. 대신 여당은 정부의 시행령이 모법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는지 사후에 야당과 검증절차를 밟을 수 있는 채널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도 거부권 행사를 외칠 게 아니라 여야가 자율적 협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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