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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죄부’ 서면조사, 노무현, 전두환에겐 달랐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완종 리스트’ 8인중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한 유정복,서병수,홍문종,김기춘,허태열,이병기씨에 대해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과 관련해 ‘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검찰의 서면조사는 극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무혐의, 불기소(기소유예 포함) 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조사 후 선처’는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 또는 서면조사만으로도 공소사실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에게 행해졌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면조사후 ‘망신주기’ 논란이 일었던 소환 조사를 받은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면조사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소환 조사-구속수감 수순을 밟았다.

문무일 수사팀은 리스트 6인에 대한 서면조사서 발송과 관련해 ‘봐주기’ 의혹이 사방에서 제기되자, ”수사기법의 하나일 뿐“이라고 속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문무일 수사팀이 전례와 다른 모습을 보일 지 지켜볼 일이다.

▶서면조사로 끝날 줄 알았더니….=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던 1993년 “12·12사태는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이듬해 시작된 이 사건 1차수사에서 전두환, 노태우, 최규하 세 명의 전직대통령은 서면조사를 받았다. 이 중 전-노 두 대통령은 기소유예를 받아 사법적 단죄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1995년 쿠데타 세력의 집권기간에는 소멸시효가 멈추는 내용의 ‘5.18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그해 12월 차려진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소환조사를 받은 뒤 쇠고랑을 찼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봄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해 5월 검찰에 소환됐고, 야당 등에서 ‘망신주기 수사’라는 반발이 빗발쳤다. 검찰은 당시 “소환에 앞서 조사 일시·이동 방법 등에 관하여 변호인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조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서면조사를 했으며 경호상의 안전을 고려해 헬기 이동도 권유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전두환, 노무현 케이스는 극히 예외적이다. 서면조사의 십중팔구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었다.

네 차례 서면조사 받은 MB일가= 서면조사는 이명박씨 일가가 많이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1년 사기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서면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7년 이 혐의로 구속된 김경준씨도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엔 김씨도 무혐의 처분됐다.

이 전 대통령은 유력 대선후보였던 2007년 BBK투자자문 연루 의혹 사건 수사때에도 서면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의 아들 시형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재임중이던 2012년 내곡동 사저 의혹을 둘러싸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서면조사를 받은 뒤 불기소 처분됐다.

2011년 4월 오랜 해외도피생활끝에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유임 로비를 벌인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상득씨를 서면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삼성측이 1997년 이회창 대선 후보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수사는 2005년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당시 재무팀장 김인주씨가 이학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로 1997년 9∼10월 이 후보의 동생 회성씨에게 40억∼50억원을 전달했다.”는 삼성측 진술을 받아냈지만 이 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는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없어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에 체류중이던 이 회장에 대해서는 85개 항목을 담은 ‘빡센’ 서면조사를 했다.

▶참고인은 소환, 피고발인은 서면…형평성 논란도 제기= 2012년 나경원 전 새누리당의원의 남편 김재호 부장판사가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김 부장판사가 3차소환에도 응하지 않자 서면진술서로 대체했다. 김 부장판사도 무혐의였다. 그해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장정길 대통령실장,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서면조사를 받은 뒤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정동기 민정수석은 전화조사와 함께 면죄부를 받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이끌다 ‘혼외아들 논란’으로 사퇴했다. 당시 제기됐던 사찰 논란이 검찰의 손에 넘어갔는데, 수사팀은 채 전 총장 뒷조사를 벌이던 중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민정수석실 직원과 고용복지수석실 직원에 대해 서면조사만 했다.

2012년 대선전을 뜨겁게 달뤘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표 및 폐기 의혹과 관련, 검찰은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공개소환하고, 피고발인인 김무성의원에게는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당연히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함영훈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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