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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임채운]한국경제의 복면가왕은?
요즘 한 TV채널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출연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가면 속에 감추고 무대에 오른다. 이름, 나이, 직업은 물론 목소리까지도 가성을 사용해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게 한다. 관객들은 복면 출연자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사전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수의 명성(브랜드)이나 미모(외형) 등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순수하게 노래실력만을 평가해 승자를 결정한다.

상품의 이름이나 제조사를 밝히지 않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사용하게 해 반응을 시험해보는 마케팅기법 ‘블라인드 테스트’와 닮았다.

복면가왕의 방식이야말로 편견 없이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을 승자로 결정짓는 구도다. 다른 정보를 차단함으로써 노래에만 집중을 하게 되고 노래에 담겨진 노력과 열정, 애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래서 복면 뒤, 마침내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관객과 시청자는 훨씬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제인 오스틴은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편견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편견은 무의식적인 것이고 사람이 두뇌활동을 하는 동안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고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고정관념을 믿고 단순히 외형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남녀에 대한 편견, 흑백에 대한 편견, 크고 작은 것에 대한 편견 등이 그것이다.

크고 작은 것에 대한 편견 중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있다. 중소기업은 영세하고 위험해 근무하기도 힘들다는 생각, 기술력이 부족해 제품도 열악하다 생각 등이 엄연히 있다.

이런 편견은 옛 경험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는 편의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올 때가 많다. 편견은 일단 한번 형성되면 이를 확신하는 사례에 더 집중하는 측면이 강해 확충과 강화라는 악순환을 거친다.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도 시간이 지나고 부정적인 사례가 겹치면서 더 커졌다. 이처럼 굳어진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복면가왕의 방식을 적용하면 어떨까?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규모의 크기에서 나온다고 볼 때 중소기업을 규모보다는 반도체 전문기업,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처럼 업종 전문성을 중심으로 재분류하면 어떨까? 실제 세계일류상품에는 이러한 업종 전문기업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은 중소ㆍ중견기업 제품이 67.4%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에 있어 특히, 마케팅은 제품싸움이 아니라 인식싸움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 속에 자리잡은 기존 브랜드를 대신해 중소기업의 혁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새롭게 각인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중소기업의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뿐 아니라 지역의 우수상품을 발굴해 국내외 마케팅 지원사업을 한다. 이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선정 세계일류 상품의 수는 2014년까지 661개다. 그 중 67%가 중소ㆍ중견기업의 제품이다. 가면을 벗기고 보니 주인공은 여전히 중소기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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