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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박승윤]정년 연장의 ‘내시 균형’은
요즘 50대 직장인들이 소주 한잔 할 때 빠지지 않는 안줏거리 화제는 정년 연장이다. 50대 중반이면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이 컸던 중년 직장인들은 회사를 60세까지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지난 2013년 4월 국회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법)’을 개정해 근로자 300인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 300인이하 기업과 공무원은 2017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덕분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년층의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명분에 더해 은퇴가 임박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향한 정치권의 구애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60세 정년 의무화가 안정적인 직장 생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액 연봉자들을 2~5년 더 고용하고 있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어떤 식으로든 줄일 수 밖에 없다. 첫 조치는 신규 채용 축소가 될 것이다. 세대간 갈등이 우려되는 이유다. 현업 노동자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부담 증가로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법적 정년과 상관없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 힘 센 노조가 버티고 있는 탄탄한 기업의 직장인은 수혜를 받겠지만, 중소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정년 연장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2년전 정년 연장법이 통과된 직후 노사정이 정년 연장 정착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명문화한 ‘일자리 협약’에 합의한 것도 기업ㆍ근로자 상생을 통해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직무ㆍ성과 중심 등 임금체계 개편을 서로 협력,추진해 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정년 연장을 뒷받침하는 보완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노동계는 최근 임금체계 개편 공청회를 물리력을 동원해 무산시켰다. 제 발등을 찍는 행태다. 임금체계 개편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주체는 노동계다. 정년 연장은 이미 법제화됐다며 임금체제 개편을 막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다수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안길 수 있다.

최근 타계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시는 각 개인이 윈윈의 상생점을 찾지 못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각 개인이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 어느 시점에 균형이 형성되면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내시 균형’을 주창했다. 그런데 한쪽이 추가 요구를 하면 균형이 깨져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다시 시작된다. 결국 균형은 잡히겠지만 시간이 문제다. 정년 연장의 보완책을 금년내 제도화하지 못하면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 지 예측할 수 없다.

대한노인회는 최근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지하철 무료 승차,기초연금 수령 등의 시기가 늦춰질 수 있음에도 공론화를 자처했다. 노동계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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