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의 반도체 제조기계 업체도 일본산 설비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시장 장비 입찰에서 일본업체의 가격 공세에 밀리고 있다. 수출물량도 20%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결국 일본처럼 가격을 깎아주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수출 기업 둘 중 한 곳 이상이 엔저로 수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엔 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반응이다. 수출경합 중인 일본 기업이 가격을 10% 내리면 수출 물량이 12% 줄어드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상대로 엔저 대응과제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절반 이상(55.7%)이 엔저로 수출 피해가 났다고 답했다. 큰 피해를 호소한 기업이 21.0%, 약간 피해는 34.7%, 거의 피해 없음이 36.7%, 전혀 피해 없음 7.7%였다.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에 대한 질문에는 평균 924원이라고 답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22일 기준 903원이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순이었다. 이들 업종은 이미 감내 가능한 선 아래로 환율이 떨어진 셈이다.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았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광주의 한 기업은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없이 팔고 있다. 20%가량의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인하”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가격공세에 가장 큰 물량 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 중인 일본 제품 가격을 10%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 물량은 몇 %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가 18.7%로 가장 큰 폭의 감소치를 점쳤다. 이어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으로 수출 물량 감소를 우려했다.
한 유제품 수출 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 일본 내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저가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 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엔저에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파악됐다. 엔저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묻자 기업 70%가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마련했다는 답은 12.0%, 계획중이라는 답은 18.3%였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60.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이 현실화된다”며 “과거 엔고시대의 일본기업처럼 원고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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