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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부처 간 국민 민원 떠넘기기 급증…짜증 더한 국민신문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부에 뭔가 어려움을 호소하면 “다른 국에 알아보라”, “이건 우리 부서 업무 아니다”, “지자체 소관이다”, “잠시만요...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전화 걸때 마다 짜증이 밀려온다. 몇 시간 이러다보면 진이 쏙 빠진다.

‘국민신문고’에 정식으로 호소하면 잘 되겠거니 했지만, 몇일 있다가 저 부처, 몇일 후엔 이 부처로 전전하다 끝내 아무도 처리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화로 하면 주무 부서는 아니라도 나의 메시지라도 전했지만 국민신문고를 통하니 부처 간 공 넘기기에 급급하느라 내 목소리가 전달 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만 이런 고충을 겪나?’ 했더니, 과연 정부 부처의 국민 민원 떠넘기기 수위가 도를 넘었음이 드러났다.

최근 5년간 44개 중앙부처의 국민신문고 부처 간 민원 이송, 일명 민원 떠넘기기가 연평균 26.1%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34%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섬기겠다” “국민행복”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0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중앙부처 국민신문고 민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신문고 접수 후 최초 지정된 부처에서 다른 부처로 3회 이상 이송된 건수는 2010년 6161건에서 2014년 1만5391건으로 연평균 26.1%씩 증가했다.

이러한 민원 떠넘기기는 해가 갈수록 심해졌다. 2012년 전년대비 11.2%(8596건) 증가, 2013년 전년대비 33.7%(1만1490건) 늘어난데 이어 2014년에는 전년대비 34%(1만5391건)나 급증했다.

‘행정기관 등의 위법ㆍ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및 공정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한 권리ㆍ이익의 침해, 불편ㆍ불만사항이 있을 때 의견을 제시하는 온라인상 민원창구’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사례는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국민신문고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부처 간의 핑퐁게임으로 분통이 터졌다. A씨는 민원을 제기하며 정확한 부처를 몰라 ‘지정하지 않음’으로 신청했다. 이후 식약처로 신청이 됐지만, 다음날 식약처에서 다시 환경부로 재분류 됐다. 하지만 또다시 식약처로 재분류 됐고, 7회나 재분류는 반복됐다. 그 사이 국민신문고 법정처리기간인 7일은 훌쩍 지났다. 실제 부처 간 이송이 5회 이상 반복되는 악성 떠넘기기 횟수도 함께 증가하면서 법정처리기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3개월 전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여객선 안전사고 위험성, 청해진해운의 불법 등이 민원으로 접수된바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각종 문제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권익위의 분류로 인해 부처 간 떠넘기기가 발생하다가 최종적으로 고용노동부로 해당기관이 지정됐고, 임금체불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묵살됐었다.

신 의원은 “국민신문고의 본래 취지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불편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권익위가 주무부서로 책임감을 가지고 담당기관 지정을 명확히 하고, 신속한 처리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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