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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文의 높이가 劉의 세기에 눌렸다…파격과 짜임의 승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대중들은 높은 완성도로 평단으로부터 별 5개를 받은 영화보다 재미와 감동으로 1000만 관객을 들인 영화에 대체로 더 환호한다. 머리를 맑게 한 영화보다도 좋지만 가슴을 적신 영화가 울림이 더 클 때가 많다.

나란히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을 치른 새누리당 유승민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연설문을 비교하면, 문 대표의 연설문은 평론가들이 호평하는 영화에 가깝다. 

문 대표는 ‘새경제(New Economy)’라는 거대담론을 필두로 ‘생태계-방법-철학’을 제시함으로써 완성도 높은 경제로드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설문 전체를 꿰뚫는 명쾌한 화두 덕분에 정부의 경제기조를 새경제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문 대표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 한 재선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새경제라는 경제로드맵을 들고 나왔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로 문 대표의 경제비전이 완벽해졌다”고 호평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의 연설은 잘 짜여진 각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신선함, 반전, 파격 등 뒤통수를 강타할 정도의 파괴력은 떨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문 대표의 연설 내용은 이전 전당대회 경선 때부터 나온 것이어서 눈이 번쩍할 만한 부분을 찾기는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새경제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평점이 높은 영화는 재미가 없다는 ‘정설’을 재확인 셈이다.

물론 여당은 문 대표의 연설에 대해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야당 역할론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반성과 성찰도 빠져 있었다며 별 2개반 정도에 불과한 박한 평점을 날렸다. 전날 야당이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보수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한 것과는 대비된다.

문 대표 연설 직후 새정치연합 한 의원과 가진 오찬에서 더 많이 회자된 것은 하루 전날 있었던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었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주는 여운이 더 컸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플롯의 완성도가 부족해도 발군의 연기력과 극적 재미로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고 눈을 적신 흥행작에 가깝다. 유 원내대표는 하나의 논리적인 아젠다를 제시했다기보다는 현안 곳곳에서 정부ㆍ여당의 기존 입장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파격적으로 드러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새정치연합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 대표의 연설보다는 파급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달 뒤 있을 원내대표 경선에서 현장 연설을 준비할 후보들이 유 원내대표에 버금갈 정도의 임팩트 있는 연설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곧 미래 원내대표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한 의원 측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카운터파트너인 유 원내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분명 유의미하게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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