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ㆍ기득권 세력ㆍ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닌 고통받는 서민ㆍ중산층의 편에 서겠다”

야당 의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고, 이완구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의 얼굴을 굳어졌다.

발언이 야당 대표가 아닌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듣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며 호평했고,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성장주도 경제를 추구하는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기조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이날 연설에서 정치권 특히, 여권에 던진 돌의 크기는 조약돌이 아닌 ‘바윗돌’ 수준이다.

그동안 여당내에서 복지재원 마련의 ‘마지막 카드’로 언급조차 금기시되던 법인세 인상을 거침없이 꺼내들었고, 대선공약이던 ‘복지 가계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문까지 써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창조경제’에 대해 “경제성장이 해법이 아니다”고 평가절하했고,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선 “허구임이 입증됐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초이노믹스’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대목에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날라들었다.

집권여당의 2인자로서 당내 의견수렴 과정없이 당의 정체성과 정책방향을 뒤흔드는 청사진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한 친박계 의원은 “학자(한국개발연구원)출신으로 학자로서의 견해, 또는 개인 국회의원으로서 원내대표 되기 전에 일관되게 말한 본인의 소신”이라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유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증세와 복지부분은 당의 방침이 아니다”며 선을 그은 김무성 대표와의 시각차로 당내 갈등, 혹은 당청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날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철학으로 똘똘 뭉친, 말 그대로 ‘그’ 다운 연설이었다.

2000년 정계에 발을 내딛은 이후, 자신이 정치적 이상으로 삼은 ‘꿈꾸는 보수’를 향해 작지만 무거운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다만 그의 이상이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극복하고,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