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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부자 중소빌딩 매입 열기 왜? 안정적 임대수익ㆍ시세차익 기대 ‘너도나도 투자’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1. 60대 은퇴자 노모 씨. 2013년 말 종로구 삼청동의 대지 36㎡, 연면적 69㎡쯤 되는 2층짜리 건물을 13억원에 샀다. 3.3㎡에 1억2000만원쯤 되는 비싼 매입가에 노 씨는 망설였다. 삼청동의 유동인구가 많고, 건물이 모서리에 자리잡고 있는 점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했다. 지금은 한 일본계 빵집에 임대를 내주고 매달 550만원을 월세로 받는다. 매입 전 임대료는 500만원이 채 안됐다.

#2. 60대 김모 씨는 2012년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에 있는 5층짜리 낡은 빌딩을 매입했다. 취득세와 수수료를 포함해 52억5000만원을 들였다. 이후 3억원을 들여 건물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이 건물을 한 30대 자산가에게 81억원에 다시 팔았다. 그의 손에는 임대료 수익을 제외하고 25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이 떨어졌다.

빌딩투자의 목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꾸준하면서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리거나, 건물의 자산가치를 키워서 나중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에 눈독을 들였던 강남 등 자산가들이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중소형 빌딩 매입 쪽으로 재테크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남 삼성, 선릉, 역삼역 일대의 중소형 빌딩 전경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몸값 불리는 강남빌딩…낡은 빌딩도 팔려=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임대수익은 빌딩을 매입하려는 큰 이유다. 최근의 매수세는 주로 현금자산가들, 예금 생활자, 증권사에 예탁금을 걸어놨던 사람들이 이끌고 있다. 은행이 약속하는 금리 이상만 나오면 일단 투자에 나선다.

입지, 유동인구, 지하철역까지 거리 같은 조건에 따라 기대 임대수익률은 다르다. 전문가들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 소형빌딩의 임대수익률은 평균 3~5%대 수준, 강남을 제외한 지역은 이보다 높은 4~6%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마포구 홍대 주변이나 용산구 이태원 일대 등 일부 활성화된 지역의 빌딩은 강남과 비슷한 수익률이 나온다.

빌딩은 ‘땅을 깔고서’ 거래가 되는 만큼 비싼 땅값이 빌딩 매입가에 반영되면 가격은 뛴다. 강남의 빌딩 매입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70~80%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경쟁이 벌어지면서 매도호가는 상승일로다.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 강남구 역삼동 나누리공인 박인섭 팀장은 “현재 빌딩시장은 매도자들이 극단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면서 “과거엔 건물주가 제시한 매매가를 놓고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호가에서 변동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봉은사로에 접해 있거나 코너를 차지한 소위 ‘목이 좋은’ 빌딩의 호가는 3.3㎡당 1억5000만원에 육박한다”고 귀띔했다.

강남권 재건축에 눈독을 들였던 강남 등 자산가들이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중소형 빌딩 매입 쪽으로 재테크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남 삼성, 선릉, 역삼역 일대의 중소형 빌딩 전경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비록 수익률은 낮지만 강남 빌딩은 높은 자본가치와 환금성을 자랑한다.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프리미엄’ 덕분이다. 때문에 5~10년 정도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가 매입가보다 더 비싸게 재매각하거나, 아예 비교적 낡은 빌딩을 리모델링해 비싸게 되파는 사례들이 나온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보통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 그나마 나은 임대수익률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공실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며 “강남은 일정기간 빌딩을 운영하다가 가격을 불려서 매각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기업 운영하듯…‘경영자 마인드’ 가져야=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빌딩을 매입하는 건 아무리 돈 많은 자산가라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최근에는 낮은 금리에 따른 ‘지렛대 효과’(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출금을 보태서 투자금을 늘려 이익을 키우는 것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PB팀장은 “소득 확인이 가능한 대기업 임원출신 자산가들이나 지방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담보대출을 적게는 매매가의 30%에서 많으면 50% 이상 받아 투자금을 확대한다”며 “이렇게 늘린 자본으로 더 좋은 물건을 확보해 더 괜찮은 수익률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에 눈독을 들였던 강남 등 자산가들이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중소형 빌딩 매입 쪽으로 재테크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남 삼성, 선릉, 역삼역 일대의 중소형 빌딩 전경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결정 전에 세심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인터넷 정보나 중개업자의 말에만 의존해 휩쓸리듯이 사는 건 피할 일이다. 3~6개월 정도 충분히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병행하며 스스로 전반적인 매입 전ㆍ후의 전략을 짜야 한다.

대출을 활용할 경우 나중에 금리가 반등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50% 이상 담보대출을 받아 매입을 하더라도 막상 기대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매입 이후 임대사업도 중요하다.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 만료 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는 게 좋다. 만료가 임박한 임차인이 많은 빌딩은 자칫 공실이 속출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건물을 되팔 수 있을 만큼 매수세가 있는 곳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정성진 어반에셋 대표는 “100억원짜리 빌딩은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에 해당하는 만큼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빌딩을 운영해야 한다”며 “과거 호황기 시절처럼 임대주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임대료가 통장에 알아서 들어온다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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