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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단지는 ‘썰물’, 주변 다세대는 ‘밀물’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지난달 초 강동구 성내동에서 분양한 한 신축빌라는 분양 시작한지 3주가 채 못돼 완판됐다. 3룸(전용 64㎡) 10가구, 2룸(49㎡) 5가구로 구성된 이 빌라는 이미 강동구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신축빌라 분양대행사 연우주택의 이신우 이사는 “1월과 3월 사이 강동구서만 빌라 14곳이 분양을 했는데 다들 빠른 속도로 팔리고 있다”며 “워낙 신축빌라 공급이 적었던 데다, 재건축아파트 이주까지 겹치면서 매매나 전세를 가리지 않고 빌라 인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의 손길이 아파트를 넘어 다세대·다가구까지 샅샅이 닿고 있다. 더구나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가 이뤄지는 강동구와 강남구에선 아파트를 포기하고 일반 주택에 전·월세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된다. 아예 신축빌라를 분양받기도 한다.

강동구 고덕2단지 입구에 이주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인근의 삼익그린12차 단지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이곳은 총 2851가구의 30% 이상이 이주를 완료했다.

강동구서 이주에 나선 재건축 단지는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삼익그린12차 포함)와 명일동 삼익그린1차다. 이주 대상이 4300가구를 훌쩍 넘는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6일까지 고덕2단지서 1000가구가 이주(전체의 35%)를 했고 삼익그린1차에선 360가구(23%)가 떠났다. 남은 3000여가구는 여전히 이사갈 집을 뒤지고 있다.

‘새집 찾기’ 대열에 나선 수천 가구는 강동구 전세시장을 흔들었다. 가격대가 적당하면서 들어갈 곳은 적은데 수요만 넘치는 탓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강동구 전체 주택의 전세가는 1월과 비교해 2.40% 올랐다. 서울에선 으뜸, 전국적으론 대구 수성구(3.19% 상승)에 이어 버금이다.

이미 신축빌라는 물론이고, 비교적 집 상태가 열악한 다세대·단독주택도 거래가 되는 편이다. 고덕동 믿음부동산 유종재 사장은 “집주인들이야 이주비를 2~3억원씩 받는 집주인들이야 선택의 폭이 그나마 넓지만 많아야 1억3000만원 전세금만 손에 쥔 세입자들은 암사동의 낡은 다세대 전세나 반월세로 옮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청 이원형 부동산행정팀장은 “이주자들 중에서 취학 자녀가 있어서 도저히 다른 곳 못가는 사람들은 길동과 천호동 구 주택가로 옮기는 것도 감수한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광장 집계를 보면, 강동구의 연립·다세대 전세와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3월 1065건이었으나 올해 동기엔 1205건으로 증가했다.

이주 초기단계인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가 있는 강남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은 전체 가구의 약 75% 가량이 1억원 내외의 전세금을 내고 살던 세입자들이다. 당장 재건축 추진 속도가 느린 주변 개포1·4단지와 인근의 다세대 주택으로 수요가 밀려들고 있다 게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개포1단지로 건너오려는 이주자들이 워낙 쏟아지다보니 몇 년째 1억원 전후로 굳어지던 시세가 한두 달 사이 적게는 4000만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올랐다”며 “국립국악고 주변 다세대·연립에는 전세 대기자만 서너명씩 붙어있다”고 전했다.

주택유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전세수요가 번지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동구에서 올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주택 물량은 3600가구로 집계됐다. 상반기 2567가구, 하반기 1033가구다. 강남구는 올해 400가구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사정이 낫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강남 소형 재건축 단지 세입자들이 일반 아파트로 이동하긴 어렵고 결국 서울을 고수한다면 인근 다세대 등으로 주택유형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고덕주공이나 개포주공 같은 저층 소형 아파트가 남아있는 한 이런 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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