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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해외 은닉 비자금’ 국고 환수 가능할까
- 최근 5년 추징금 집행률은 0%대 불과…현실적 어려움 적지 않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최근 대기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사정(司正) 칼날이 매서워지면서 이들이 해외에 은닉한 비자금이 실재하는지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부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범죄수익에 대한 정부의 추징금 집행률은 여전히 0%대에 불과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법무부와 서경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추징금의 실제 집행률(환수율)은 0%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의 경우 25조1816억원의 추징금 중 384억원만을 집행해 0.15%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는 집행률이 해마다 조금씩 올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921억원과 1454억원을 환수하며 집행률 0.36%와 0.57%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0%대에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 사기ㆍ재산국외도피 등 경제범죄에 대한 추징률은 0.20%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통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에 대한 추징금 약 23조원이 여전히 환수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11월 분식회계와 국외재산도피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당시 선고된 추징금 17조9253억원 가운데 884억원 상당만 납부해 현재까지 추징실적이 0.5%에 불과하다.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 임직원을 제외하더라도 추징금 집행률은 여전히 2~5%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돼 법 집행이 미진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에서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김우중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법),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등 다양한 법을 근거로 범죄행위에 대한 몰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재산국외도피)를 위반했을 경우 범죄 수익의 몰수 및 추징이 가능하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현지법인 임직원들이 비자금 100억원 가량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일가 역시 수백원대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비자금 환수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의 몰수형은 ‘부가성의 원칙’에 따라 기존 형벌이 확정될 때만 적용하고 있다.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범죄자가 도주해 공소시효가 완료된 경우 등에는 몰수형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 산재해 있는 차명 계좌에 대한 추적이 쉽지 않은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웅석 서경대학교 법학과 부교수는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끝나는 등의 이유로 범죄수익이 그대로 범죄자 주변의 수중에 남게 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고액 미납 추징금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확정된 추징 판결을 토대로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은닉된 범인의 불법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규제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숨긴 재산에 대한 강제 몰수와 추징을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하는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잉입법, 이중처벌”이라는 재계와 법조계 일각의 반발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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