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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빡빡한 인생살이에 ‘조찬족(族)’ 는다
[헤럴드경제=서경원ㆍ문재연 기자]민간 연구소에서 일하는 김지영(27ㆍ여)씨. 일을 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주말에도 잔무 때문에 출근하는 날이 잦다. 남자친구 역시 증권 쪽에서 일하는 터라 출퇴근이 따로 없을 정도로 바쁘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한달에 한 번도 얼굴을 못 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생각다 못한 두사람은 최근 평일 새벽 데이트를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오전 6시까지 김씨의 회사 앞으로 와서 사온 도시락을 함께 먹거나 인근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각자 회사로 향한다.

김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나는게 더 어렵기 때문에 아침에라도 시간을 쪼개서 관계를 이어가는 편이 낫다”며 “내 주변에도 이런 ‘아침형 커플’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3년째 준비하고 있는 30세 박창민(가명) 씨도 언젠가부터 연락하는 친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시험에 합격해도 축하해줄 친구가 없을 수 있단 생각에 일주일에 한두 번은 다른 고시생 친구나 회사에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아침에 만나 햄버거나 김밥을 같이 먹고 있다.

박씨는 “친구를 아침에 만나면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바쁜 일상으로 주말과 저녁이 따로 없는 현대인의 삶이 확산되면서 친구나 애인을 아침에 만나는 ‘조찬족(族)’이 늘고 있다. 1일 아침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출근복장을 한 네 남성이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친구나 애인을 아침에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조찬족(族)’이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수험생들은 학원수강, 스터디, 자체공부 등의 일정들이 낮부터 밤까지 온종일 들어차 있기 때문에 그마나 여유가 있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야근으로 퇴근이 일정치 않은 직장인 중에선 저녁 약속 잡기가 애매하고 몸도 피곤해 차라리 아침이 덜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식사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조찬족이 늘고 있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박민구 두드림창업경제연구소장은 “요즘은 단일가족 사회라 아침에 가족끼리 식사하는 문화가 사라졌다”며 “대신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아침을 먹는 분위기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2013년 현재 46.1%에 머물고 있다. 절반 이상이 가족과 아침을 먹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찬족들이 늘면서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등에선 이들을 겨냥해 빵이나 커피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아침메뉴를 개발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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