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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⑨ ‘소장’에서 ‘대여’로…음악시장 판도바꾼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엑
-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세계 음악시장 지배
- 악기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모두에 능한 천재
- 14세에 친구들 직원으로 채용, 홈페이지 제작 사업 첫발
- 최근 매각협상으로 스포티파이 기업가치 140억 달러까지 치솟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ㆍ김성우 인턴기자]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음원 파일을 내려받아 기기에 저장했던 ‘다운로드’ 방식에서 이제는 다운로드할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재생해 듣는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가 돼가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기업인 다니엘 엑(Daniel Ekㆍ32)은 이러한 흐름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그가 세운 ‘스포티파이(Spotify)’는 스트리밍 방식을 세계적인 추세로 정착시키며 창업 7년 만에 음악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멜론과 벅스 등 국내 업체들이 이미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스포티파이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 안착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니엘 엑 스포티파이 창업자(사진=스포티파이 홈페이지)

2013년 11월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40억 달러로 평가됐던 스포티파이는 올해 초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 유치하며 7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스포티파이의 성공을 지켜본 애플과 유튜브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음악 스트리밍 시장 전체 규모도 전보다 커진 상황이다.

▶유료 대신 무료로, 소장 대신 대여로 기존 틀 깨=다니엘 엑은 이미 돈 안 들이고 노래를 다운받는 불법 사이트들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유료 서비스를 고집하지 않았다. 무료로 음악을 서비스하는 대신 이용자들이 광고를 함께 듣게 했다. 광고주들은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스포티파이의 서비스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유료 이용자는 월 9.99달러에 광고 없이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번 돈은 저작권자에게 일정 비율의 저작권료로 지불한다.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평생 소장해야 한다는 관념에서도 탈피했다. 듣고 싶을 때마다 음악을 대여한다는 개념으로 간편한 스트리밍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니엘 엑은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까지 진출하며 음악 스트리밍 시대를 열었다.(사진=게티이미지)

엑은 스포티파이에 사회적인 성격까지 추가해 기존 서비스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스포티파이 이용자는 자신의 재생목록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유대감은 곧 스포티파이의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친구의 재생목록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보고 자신의 목록에도 추가하는 연쇄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스포티파이의 사용자는 약 4000만명이며, 유료 이용자들이 내는 구독료로만 연간 1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저작권 사수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 ‘해적왕’ 활동=2000년대 초반, 음악 산업은 불법 다운로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엑이 음악 산업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음악 산업이 불황을 겪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엑도 한때 ‘온라인 해적활동’을 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지금은 불법으로 규정된 파일 공유 사이트 유토렌트(uTorrent)의 CEO로 일했다. 당시 스웨덴이 지적재산권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유토렌트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면서 엑도 다른 활로를 모색했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제공하고, 페이스북이 자신을 보여주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본 엑은 평소 좋아했던 음악을 서비스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노래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완전한 음악 생태계’를 목표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맨 왼쪽)와 션 파커 냅스터 공동 창업자(맨 오른쪽)는 다니엘 엑(왼쪽에서 두번째)의 아이디어를 극찬하며 스포티파이의 미국 진출을 적극 도왔다.

엑은 음원 저작권을 가진 음반회사들과 계약을 성사키지 못하면 스포티파이를 출범시키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만큼 저작권 사수에 매달렸다. 불법으로 콘텐츠를 사용하며 음반사들을 뒤통수쳤던 기존 업체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2년간 번번이 거절을 당했지만 엑은 결국 유니버셜, 워너, 소니 등 글로벌 음반사들과 합법적인 음원계약을 맺는 데 성공한다. 그의 나이 겨우 26세 때였다.

▶음악인과 IT 기업인 가정에서의 성장 바탕, 14세에 창업=엑은 어린 시절부터 한 손엔 악기를, 다른 한 손엔 컴퓨터를 쥐고 자랐다. 외조부모가 오페라 가수와 재즈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일찍이 음악을 접했다. 덕분에 노래만 빼고 기타, 드럼, 피아노 등 각종 악기를 지금도 능숙히 연주한다. IT산업에 종사한 새 아버지 덕분에 5살 때부터 컴퓨터도 만질 수 있었다. 이처럼 엑이 어렸을 때부터 접한 음악과 IT기술은 지금의 스포티파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가 됐다.

닷컴 열풍이 불던 1990년대 후반, 14살 소년은 의뢰를 받고 학교 컴퓨터실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홈페이지를 대신 제작해주는 데 5만 달러였지만 엑은 5000달러만 받고 만들어줬다. 주문이 몰리자 HTML과 포토샵에 능한 10대 친구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동업했다. 엑의 첫 사업이었다. 얼마 안돼 그는 한 달에 1만5000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는 소년 사업가가 됐다.

16세 때엔 구글의 성장에 매료된 나머지 고등학생 신분으로 구글 엔지니어 모집에 지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학 졸업하고 다시 오라’는 답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만큼 IT 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상당했다. 스웨덴 왕립기술대학교를 중퇴하고 들어간 온라인 광고회사 트레이드 더블러에선 특허 기술을 개발해 100만 달러의 저작권료를 받았고, 이후 특허권을 팔아 추가로 100만 달러를 벌었다. 모두 그가 25세도 채 안 됐을 때의 일이다.

▶페이스북ㆍ우버와 협업으로 사업 확장=스포티파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서며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1년 페이스북과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수백 만명의 신규고객이 스포티파이로 유입됐다. 지난 2014년에는 우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우버택시에 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버택시를 타는 승객은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노래를 듣게 되는 셈이다.

2014년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왼쪽)과 손잡고 우버택시 내 음악 서비스를 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

최근엔 다니엘 엑이 스포티파이를 매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수협상 과정에서 스포티파이의 기업가치는 140억 달러(약 15조5500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업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굵직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구글은 2014년 스포티파이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의 급상승한 몸값과 더불어 매각이 성사될 경우 엑이 손에 쥐게 될 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의 현재 자산은 4억 달러(약 4400억원)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직 그가 32살에 불과한 신예라는 점이다.

joze@heraldcorp.com

▶다니엘 엑이 걸어온 길 
1983년 스웨덴 스톡홀름 출생 → 1997년 홈페이지 제작 사업 → 2005년 온라인 광고회사 애드버티고 창업 → 2006년 P2P 업체 유토렌트 CEO 근무 및 스포티파이 공동 설립 → 2008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 → 2011년 페이스북과 협약 → 2013년 스웨덴 스타트업 명예의 전당에 등록 → 2014년 우버택시와 제휴 → 2015년 4월 스포티파이 매각 결정

▶주요 수치
다니엘 엑 개인 자산 4억 달러
스포티파이 기업가치 140억 달러(2015년 4월 기준)
스포티파이 연간 수익 12억 달러(2014년 기준)
스포티파이 가입자수 4000만명(2014년 기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상품가격 월 9.99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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