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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후 여한의사도 과연 산후한약을 먹을까?

직장맘 한의사가 스스로에게 처방하는 산후한약 이야기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9살 아들과 5살 딸을 가진 직장맘 한의사다.

첫째 아이는 비교적 젊은 시절 체력이 왕성할 때 출산을 했기에 일하면서도 크게 아픈 곳 없이 육아를 잘 해냈다. 육아는 ‘해냈다’고 표현하는 것에 직장맘들은 공감할 것이다.

둘째 아이는 태교를 환자 보며 침 놓는 것으로 했기에 직원과 환자들이 ‘아이가 침 놓는 시늉을 하며 나오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임신기간 동안 일이 태교이겠거니 하며 열심히 임했다.

그래도 둘째 아이까지 임신과 출산까지는 체력이 잘 버텨줬다. 하지만 빠른 복직과 함께 출산 한 달 후에 일본 출장까지 감행하는 겁 없는 산후조리를 해서 결국 나에게 요통이 찾아왔다.

그때 ‘내가 한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후 6~8주라는 산욕기에 산후조리라는 것을 제대로 잘 하지 못했기에 이래저래 통증이 찾아왔구나’하고 실감했다. 그래서 특히 나처럼 30대 중반 이후 출산한 산모에게는 산후조리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진실과 간절함을 담아 얘기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를 치료했던 내용을 말하자면 우선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면서 일과 육아, 그리고 살림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서 생기는 ‘계(悸, 두근거릴 계)’ 증상 치료에 집중했다.

초반에는 영계출감탕(백복령, 계지, 창출, 감초 등으로 조제)을 약 15일간 복용했더니 피곤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인 심계 증상과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생기는 증상, 그리고 아침에 얼굴이 붓는 안면부종 증상 등이 많이 호전됐다. 그 후 기력이 없고 쉽게 피곤한 증상 완화를 위해 녹용을 추가해 보름 동안 복용했다.

한약, 임신이나 모유수유 중에 먹어도 될까?

환자뿐만 아니라 내 주변 지인들도 많이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다.

나는 이에 대해 독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강한 약은 처방하지 않으며, 모유 수유량 증가에 도움이 되는 처방 (※한방부인과 논문 참고: 보허탕, 보허탕가녹용, 용천산, 팔물탕 등)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가 처방하는 한약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다.

나 또한 둘째가 입덧이 심해서 대반하탕(반하, 생강, 인삼, 봉밀)을 복용하면서 냄새도 못 맡았던 김치를 먹게 된 경험이 있고, 출산 후 모유수유 6개월 하는 동안 한약을 내 증상과 체질에 맞게 저농도로 처방해 먹은 후에 아이와 내가 모두 건강했기 때문에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둘째 아이 출산 두 달 후부터 시작된 심한 요통이 이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골반과 고관절이 틀어진 상태로 통증이 생긴 것이다. 한약 복용과 추나도수치료를 2개월 정도 지속하자 다행히도 서서히 완화됨이 느껴졌다. 처음엔 주 3회 치료를 받았고 서서히 치료횟수를 줄였으며 현재도 일과 육아와 살림 세 가지를 완수해야 하는 슈퍼 직장맘이기에 피곤함이 느껴질 때마다 1-2주에 한 번씩 추나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한약도 몸에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지어먹으며 몸 관리를 하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처녀적 몸무게보다 3-4키로 빠진 날씬한 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한의사마다 한약을 처방하는 기준은 다양할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인 한나라 시대 명의 장중경이 지은 ‘상한론’에 근거하면 환자를 ‘육경(태양병, 양명병, 소양병, 태음병, 소음병, 궐음병)’으로 구분한다. 육경마다 해당하는 증상과 특징이 있고 몸 관리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태양병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날씨에 따라 컨디션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고 양명병과 태음병은 많이 먹어서 가스가 차고 변비 등 복부가 불편해지는 특징이 있고, 소음병은 매사에 의욕이 없고 피로하고 쉬고만 싶은 은둔형의 특징이 있다. 또 궐음병은 역류성식도염, 기침, 설사 등 몸의 증상과 함께 치밀하고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반복강박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양명병과 태음병의 몸관리법은 과식과 야식을 금하는 것, 소음병의 몸 관리법은 집에 틀어박혀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활동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자신의 증상과 특징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한방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와 함께 한약을 복용하면 산후 회복뿐 아니라 산후 후유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평생 건강을 위해서는 출산 후 6~8주라는 산욕기에 건강한 엄마의 몸으로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직장맘으로서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면 이 골든타임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내 몸을 위한 치료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도움말-광동한방병원 조진형 원장>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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