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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주택시장에 부는 다운사이징 바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1. 2년 전 대기업에서 은퇴한 최길수(가명ㆍ60) 씨는 김포한강신도시의 전용 59㎡짜리 미분양 아파트 한채를 분양받았다. 앞으로 필요한 중도금 등은 지금 사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전용 114㎡)를 팔아 조달할 생각이다. 남은 여윳돈으로는 내년에 결혼을 앞둔 아들의 신혼집을 구하는데 보탤 계획이다. 그는 “아내와 단둘이 살기엔 지금 사는 집이 크기도 크거니와 쓸데없이 비싸다”며 “서울과 가깝고 소형 아파트 많은 김포에서 은퇴 이후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2. 잠실의 전용 84㎡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덕환(가명ㆍ62) 씨. 그는 딸의 결혼 즈음해서 지금 집을 처분하고 위례신도시로 옮겨갈 생각이다. 지난해 말 위례오벨리스크 전용 77㎡짜리를 계약해뒀다. 지금 집은 부부만 살기엔 넓을뿐더러 관리비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매매가가 9억5000만~10억5000만원 정도인 지금 집을 팔고, 분양가가 5억원 내외인 새 집에 들어가면 최대 5억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긴다. 그는 이 돈으로 수익형부동산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10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를 팔고 다른 지역의 소형 아파트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고가 아파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주택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30~40평대 중대형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20평대인 전용 59㎡ 이하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을 올리며 ‘강남 3구’(강남ㆍ송파ㆍ서초구)에 머물던 대기업 종사자들이 주택 다운사이징 대열을 이끈다. 이들은 10억을 호가하는 원래 집을 처분한 뒤에 위례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등 서울 주변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를 분양받고 남은 여윳돈으로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모습이다.

송파구 잠실동 제일공인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접 살든 전세를 주든 집주인들이 강남의 아파트라면 포기하려들지 않았는데 지난 2013년부터는 과감하게 매각하고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잠실 노른자위인 신천동과 잠실동 일대 중대형 아파트는 보통 11억~13억원 정도 하는데 이걸 판 돈을 종잣돈 삼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강남일대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전용 86~135㎡ 아파트는 강남 3구에서만 368건이 거래됐다. 1월 기준으로는 지난해 1월(645건)을 제외하면 2011년(302건), 2012년(135건), 2013년(72건)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최근 1~2년 사이 금리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가치가 예전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춘우 신한은행PWM 태평로센터 PB팀장은 “60대를 전후한 은퇴한 고객들 가운데 40평 넘는 큰 집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냐며 소형으로 옮기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이 과정에서 생긴 여윳돈으로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서 임대사업을 펼치는데 특히 월세 회수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꾸준하게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소득자 대상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 인기”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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