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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만에 첫 적자 SK이노베이션.. ‘야근의 부활’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유가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에 ‘야근’이 부활했다. 구자영 전 부회장이 2013년 ‘초과근무 제로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야근과 석식을 모두 없앤 지 2년만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서린동 본사 구내식당은 전날부터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식당은 회사가 ‘야근 추방’ 방침을 확고한 후부터 점심시간 뒤 문을 닫았지만, 이제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직원들에게 따끈한 밥과 국을 내준다. 이 구내식당은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회사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야근이 자주 발생한다.힘들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저녁식사라도 줘야한다는 건의가 있어 회사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야근과 석식 폐지는 구자영 전 부회장이 2013년부터 강도 높게 실시한 ‘초과근무 제로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만성적인 야근은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악(惡)’이라고 규정한 구 전 부회장은 오후 6시만 되면 퇴근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7시에는 조명과 냉방을 끄고, 직원들의 야근 횟수를 팀장과 임원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초 취임한 정철길 신임 사장이 “지금은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천명하면서 회사 기류는 ‘위기 극복’으로 모아졌다. 야근자가 늘어나자 석식이 부활했고, 퇴근 안내방송도 사라졌다. 직원 야근횟수를 팀장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중국과 중동지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경기불황과 수요저하에 따라 지난해 22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7년 이래 37년만에 처음이다.

SK그룹에서 가장 두둑한 월급봉투를 자랑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임금을 동결한데 이어 올 초 성과급도 주지 않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이 동결되면 대신 성과급을 200%씩 챙겨주곤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봉의 10%를 떼어서 회사에 적립해놓고 실적에 따라 돌려받는 '임금 유연화' 제도는 올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세전이익 3000억원 이상이면 적립금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고, 3000억원 미만이면 적립금액만 돌려받는다. 적자일 때는 적립금액 전체를 돌려받지 못한다. 지난해 회사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해 올해는 적립금액을 모두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사의 무배당은 1980년 당기순손실을 내 배당을 하지 않은 후 34년만이다. 차진석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5일 회사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급격한 실적악화와 불투명한 사업환경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는 배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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