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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울고 상선 웃고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저유가가 국내 조선산업 구조마저 재편하고 있다. 효자 노릇을 했던 해양플랜트는 급격히 수주가 줄어든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선 수주는 늘어나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등 ‘조선 빅3’가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세계 해양플랜트시장에서 지난 3개월동안 수주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유가하락이 본격화한 이후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아예 중단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드릴십을 포함해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부유식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저 원유나 가스를 탐사 채굴하는 특수설비로 운송이 주역할인 선박과 구분된다.

한 기당 가격이 일반 선박의 수배에 달하는 해양플랜트는 조선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 조선사들에 불황 타개를 위한 돌파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유가가 안정되면서 오일메이저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3개월새 절반으로 급락한 최근에는 해양플랜트 발주 소식이 뚝 끊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27억달러 규모의 원유 생산설비를 수주한 것이 작년 유일한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이 됐다. 2012년에 14기, 105억 달러, 2013년에 11기, 81억 달러 상당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삼성중공업에선 2013년 전체 수주액 133억 달러중 해양플랜트가 67%인 89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였으나 작년에는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32억 달러로 64% 격감하면서 전체 수주액도 73억 달러로 45% 줄었다. 수주실적 악화의 주요인이 해양플랜트였던 셈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와 21억 달러 규모의 해양공사를 계약한 이후 3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만 총 7기, 60억 달러 상당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전년의 9기, 65억 달러보다 소폭 줄었지만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양플랜트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공사손실충당금을 포함해 약 4천억원의 누적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해양플랜트의 빈자리를 최근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유조선 등 고가의 상선이 메우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연료비가 적게 들어 신규 선박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30여척에 달하는 1만 8000∼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1만 8000 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사가 절대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사업계획도 바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적자를 낸 플랜트사업본부를 해양사업본부에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올해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해양플랜트 대신 LNG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극심해용 드릴십이 틈새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공격적인 투자는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유가 수준에서 해양플랜트 발주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현재 매출을 유지하려면 상선 영업으로만 신규 수주를 채워야 한다”며 “이 때문에 상선 발주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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