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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정용덕]국민행복, 그리고 공공신뢰에 대한 역설들
최근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국민행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국민행복과 정부역할에 대한 학술세미나도 그와 같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 한ㆍ일 두 나라에는 공통적인, 적어도 두 가지 패러독스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두 나라의 경제사회발전 수준에 비해 국민행복도가 낮은 점, 그리고 정치발전 수준에 비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은 점이 그것이다.

한 나라의 국민행복 수준을 가늠해 보기 위한 일차적인 자료로 ‘인적발전지수(Human Development Index)’를 참고해 볼 수 있다.

파키스탄 경제학자 학(Hag)과 노벨상 수상자 센(Sen)이 제안한 지수다. 한 나라의 발전을 국민총생산 같은 경제규모 중심으로 측정하던 이전의 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몇 차례 수정 보완을 거쳐 현재는 ‘넉넉한 생활’(일인당 국민총소득으로 측정), ‘건강한 삶’(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 ‘교육성취’(평균 학교교육 이수년도) 수준을 조합해 측정한다. 이 제안을 수용해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매년 세계 각국의 지수를 측정해 발표한다. 2013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세계 12위)과 일본(7위)은 ‘매우 높은 인적발전(Very High Human Development)’을 성취한 국가군에 속한다.

국민의 행복수준을 가늠해 보기 위한 또 다른 지표로서 자살률을 참고해 볼 수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자료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자살자 수에서 세계 3위(29명)와 7위(24명)에 각각 올라 있다.

앞에서 소개한 인적발전지수에서 세계 3위인 미국의 자살률(13명, 세계 30위)에 비해 훨씬 높다.

그러나 인적발전지수가 한ㆍ일 보다 낮은 싱가포르(19위)의 자살률(10명, 세계 40위)에 비해서도 턱없이 높다. 더욱 놀랍게도 한국과 일본은 자살률의 증가율에서도 각각 세계 1위(154%)와 3위(3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10%)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90년대 초 이후 지속적으로 자살률이 증가해 왔으며, 특히 40대와 70대 연령층에서 증가율이 높다. 40대의 경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70대의 경우 노인빈곤이 주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높은’ 경제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 하는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행복을 증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공공문제 해결의 책임을 위임받은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수요증대와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수증대 간에는 딜레마 상황이 연출되게 마련이다. 지금의 한국 상황이 특히 그러하다. 국민 개개인의 부담은 덜거나 최소한 늘리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20세기에 복지국가정책을 실시했던 서구 나라들이 이미 겪었던 딜레마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이 나라들은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의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 부문이 제도적 경계를 넘은 협력을 통해 공공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협치가 가능하려면 세 영역의 행위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공유된 규범체계, 즉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신뢰이며, 이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바탕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한ㆍ일 두 나라는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의 정치발전을 이룬 나라로 꼽힌다. 타이완과 더불어 이른바 평화적으로 ‘두 차례 정권교체 검증(two turnover test)’을 통과한 나라들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역설은 아시아에서 가장 정치발전이 앞선 이 두 나라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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